헌법재판소에서 27일 오후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최후변론에서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은 정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회 측은 ‘비선 실세’ 최순실씨를 지원해 각종 위법이 저질러졌으며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탄핵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 측은 고의로 위법 행위를 지시한 사실이 없고 그 같은 사실은 인식한 적도 없다고 적극 반박했다. 또 탄핵 사유가 부풀려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 부실 대응 등을 근거로 들며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려달라고 최종 변론을 제시했다. 국회 측은 이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최종변론기일에서 세월호 침몰 당일 박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개입을 조장·방치하는 등 파면할 사유가 충분히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박 대통령이 “나라의 주인(국민)이 위임한 통치권력을 행사하지 않았고 잘못 사용”했으며 “대통령의 직책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는 의무”를 포기했다고 규정하고 “파면을 통해 정의를 갈망하는 국민이 승리했음을 선언해달라”고 말했다.

황정근 변호사는 대통령 연설문이나 공무상 비밀을 누설, 최 씨의 정부 인사·국정 개입,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찍어내기 인사,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강제 모금, KD 코퍼레이션·플레이그라운드 특혜 지원 압력, 최순실 측근 KT 채용 압력, 세계일보에 대한 외압 등 국회가 제시한 17개 소추 사유가 파면할만한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영화 ‘변호인’ 펀드에 투자하는 데 관여했던 1급 공무원의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했고 이는 “블랙리스트에 등재된 문화예술인의 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강제 면직시킨 것”이라며 블랙리스트 정책 역시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용구 변호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승객들을 구조할 골든타임이 있었고, 그 시간에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명백하다”며 “이 사유 하나만으로도 피청구인은 파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웅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국민의 동의와 지지 얻기 어렵다”며 “대통령 직무 수행 단절로 인한 국가적 손실과 국정 공백을 훨씬 상회하는 손상된 근본적 헌법질서의 회복”을 위해 파면을 주장했다.

이 같은 국회 측의 주장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보낸 대리인 이동흡 변호사를 통해 “어떤 상황이 오던지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지만 선의까지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하고 탄핵사유를 부인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의견서를 작성해 보냈으니 낭독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해서 발언했다.

우선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와 관계에 대해 “대통령 선거 때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최순실에게 의견을 물어본 적이 있었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며 “어떤 사심을 내비치거나 위배한 적 없었지만 경계했어야 하는 늦은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공공기관장 인선의 인사 최종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며 “최순실이 추천한 인물이 임명된 적 있으나 최순실에게 추천을 받아서 임명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못해 정당한 인사권을 행사한 적 있으나 특정 사인에게 협조해서 면직한 경우는 없다”며 문체부 인사 조치를 부인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 설립은 정부 예산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 기업의 협조를 받은 것이지 뇌물수수 등과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관 관련해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어떤 기업에서도 국민연금을 포함해서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들어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정윤회 문건유출’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 문건이 외부로 유출된 데 대해 “국정문란이라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언론 자유를 침해하려고 한 말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조한규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하도록 지시하거나 묵인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세월호 사태와 관련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재난 구조 전문가가 아닌 대통령이 현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면 구조에 도움이 되지 않고 방해된다고 판단했다”며 “구조를 지시하고 진척 보고를 기다린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당일 관저에서 미용과 의료 처치를 받았다”는 것을 부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부정과 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펼쳐온 일이 특정 사인을 위해 한 것이 된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고 안타깝다”며 “주변을 관리하지 못한 불찰로 국민의 맘을 상하게 해서 송구스럽다”고 끝맺었다.



김정모 기자
김정모 기자 kjm@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으로 대통령실, 국회, 정당, 경제계, 중앙부처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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