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중 전 포항시고교평준화추진위원회 정책국장
포항시 일반계 고교입시 평준화제도 제10기 신입생이 입학한다. 포항시에서는 1998년 처음 발의돼, 2002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6년간의 찬반 토론과 준비과정을 거쳐, 2008년부터 12개 고교에 적용됐고, 2014년 도 교육청의 ‘포항지역평준화정책연구’를 거쳐, 2017년 동(洞)지역 일반계 고교 모두에 적용되는 것이다.

평준화제도 시행 10년째를 맞아 몇 가지 사안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첫째, 고교입시 평준화제도 개념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1974년 서울과 부산에 처음 시행된 고교입시 평준화 제도에서 학생을 성적순의 ㉣자형으로 배정했다. 그리하여 고교입시 평준화 제도는 학생들을 성적순의 ㉣자형으로 배정하는 제도로 잘못 알고, 포항시는 평준화 제도가 도입된 것이 아니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고교입시 평준화제도란 평준화 적용 대상학교 총입학생을 교육감이 일괄전형해 각 학교에 배정하는 제도로서, 선지원후추첨제도는 그 배정방법 중의 하나인 것이다.

둘째, 선지원후추첨제 배정방법에 대한 사항이다.

고교평준화제도 도입 초창기인 군부 독재 시절 대도시에서 시행했던 학생 배정방식을, 민주화 시대에 중소도시인 포항시에 적용하기는 무리였다. 더욱이 북구에 명문고교가 집중해 있어 근거리배정은 위장전입과 부동산 가격변동 등의 문제가 우려됐고, 성적순에 의한 ㉣자형 배정은 Ⅹ자형의 포항시 교통망 때문에 통학불편이 예견됐다. 학교별 통학버스운행도 한계가 있었기에, 심각한 민원 야기로 고교평준화제도 도입 자체가 무산될 위험도 제기됐다. 고심 끝에 2002년 경기도 안양시에서 처음 시행한 선지원후추첨제 배정방식을 채택했다. 배정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학교 간 교육활동 경쟁도 유도할 수 있는 제도였다. 시행결과, 약 87% 학생들이 1지망에서 배정됐다. 더욱이 이제는 우리나라 고교입시 평준화 대상 지역 대부분이 선지원후추첨제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교육수요자들의 만족도 제고를 위해서이다.

셋째, 학생들이 선지원 시 고려 조건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통학 편의, 교육활동 만족, 학교문화 충족, 대입시 유리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1지망에서 배정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피학교에 배정돼 부적응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오늘날 대입시는 주로 고등학교 내신성적으로 전형하는 수시모집으로 이루어지므로, 우수학생들이 적게 지원하는 기피학교에 배정되는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초창기에는 학생들이 기존의 명망 순위로 학교를 선지원 해 1지망 학교에서 미배정된 많은 성적우수 학생들이 기피학교에 배정되어, 학교 간 성적서열이 파괴됐다. 그런데 근래에 여러 가지 사유로 인해 새로운 학교서열이 형성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앞으로 교육 관련 기관과 담당자들이 학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학교 서열이 없는 질 높고 우수한 학교문화조성에 노력해 주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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