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감상) 겨울 다 가고 남은 것, 누군가 떨어뜨리고 간 겨울 스웨터와 그만 버려야 할 털 부츠, 이사를 가지 않아도 싸야할 것 같은 이삿짐, 어디로 가야하나, 무심코 막막해지는 아침, 창문을 열면 이상하게 코끝이 찡해지는 몇 날, 먼 데서 봄이 오고 있다고 누군가 말했던 것도 같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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