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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용섭 삼국유사사업본부장
드디어 헌법재판소의 변론이 종결되었고 몇 달 동안 세상을 진동했던 특검이 끝났다. 그동안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지 몇 가지 생각해 보았다.

먼저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잘못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철저하게 각인시켰다. 대통령도 수사대상이 되어 검찰과 언론의 냉혹한 조사와 싸늘한 비판에 드러났고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의 총수가 구속된 상태에서 연일 강도 높은 조사를 받는 등 비리와 관련 있다고 의심되는 각계각층의 저명인사와 고위직들이 나이와 성별을 막론하고 모두 특검의 칼날을 피할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그야말로 한바탕 혁명이 일어난 뒤의 모습이다. 이제는 특권계급도 특권층도 없어진 것 같다. 물론 노태우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사회적 불평등이 많이 해소되었지만 그래도 곳곳에 남아있는 권위의식이 거의 붕괴되고 평등의식이 크게 신장되었다. 다만 국회와 검찰 등의 비대한 권력이 입증되어 다시 특권층이 되지 않을까 우려는 된다.

다음으로 노인이나 주부계층의 사회참여가 크게 확대되었다. 방안에서 커피집에서 세상을 개탄하면서도 자신의 무기력을 자위하던 이들이 이번에 거리에 나서게 되었다. 촛불이나 태극기를 들었겠지만, 아무래도 이분들은 대부분 태극기를 들고 나선 것 같다. 이들의 믿음과 행동이 옳든 그르든 사회참여라는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사실이며 이것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달에 매우 좋은 현상으로 보인다. 전교조나 전공노, 민노총 등의 사회운동은 오래전부터 조직화되고 전문화되고 활성화되어있지만, 비조직적인 노인계층이 정치사회운동에 나서는 것은 광장에서 울리는 국민의 소리를 다양하게 한다. 또 무기력증에 빠질 우려가 있는 노인들이 삶의 생동감을 찾는 효과가 있다.

탄핵정국의 가장 나쁜 점은 국론분열이다. 헌재의 판결 이후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 짐작하지 못한다. 다만 순조롭게 마무리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필자는 ‘적법절차(due process of law)’ 준수를 강조했었다. 삼권분립이 가장 잘 되며 사법부의 독립이 확고한 미국의 경우, 연방재판소의 판결과 그 판례를 통하여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어왔는데, 그 핵심은 적법절차였다. 도청에 의한 증거수집, 유도신문에 의한 자백처럼, 비록 범죄사실이 확실하다 하더라도 증거확보방법이 법률이 정한 절차에 맞지 않을 경우, 무죄판결을 계속함으로써 피의자의 인권을 지켰던 것이다. 적법한 절차는 그 심판결과에 대한 이의를 불식시킨다.

그다음 크게 잃고 있는 것은 도덕성의 매몰이다. 안 그래도 낮은 국민도덕 수준이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더욱 낮아졌다. 어제의 동지를 오늘 버리고 어저께의 지도자를 서슴없이 끌어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노상 보고 있다. 대통령의 모형을 단두대에서 처형하는 광경은 크게 어질지 않은 행동이다. 사랑과 관용과 용서라는 말은 한동안 한국사회에서 쓰일 일이 없을지 모른다. 옛사람은 절교하면서도 나쁜 말은 하지 않았다(古人絶交 不出惡聲)고 한다. 좁은 잣대로만 보지 말고 역사를 보는 깊은 생각, 세계를 보는 넓은 안목이 아쉬운 현실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란 전통의 도덕 관점에서 살필 때. 작금의 진행과정은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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