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도 군인의 길을 가고 싶었다고 말씀하시곤 했다. 외증조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숭고한 뜻을 잇고 어머니의 꿈을 대신 실현할 수 있어 뿌듯하다” 28일 영천의 육군3사관학교에서 열린 제52기 생도 졸업식에서 외증조할아버지가 일제 강점기 대한광복회에서 활동한 손기찬 독립운동가인 윤지인 생도의 말이다.

이날 졸업식에서는 여군 장교의 꿈을 이룬 여생도가 윤 생도를 포함해 18명이나 됐다. 1968년 3사관학교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이들은 입학 당시부터 48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발돼 화제였다. 이들 졸업생들에게는 유난히 사연도 많다. 조현정(부친 예비역 중령 조병천)·이지혜(예비역 소령 이주식)·김명은(예비역 소령 김희재) 생도는 아버지의 뒤를 이은 부녀 3사관학교 졸업생들이다. 3사 출신 오빠(대위 남솔찬)와 같은 길을 걷게 된 남송미 생도, 장교로 먼저 임관해 군 선배가 된 쌍둥이 동생(김가연 중위·17사단 기갑기계화분석장교)을 따라 여군 장교에 도전한 김가현 생도의 사연도 눈에 띈다.

또 같은 날 충북 괴산의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열린 임관우등상 표창 수여식에서 당당 대통령상을 수상한 최유정 후보생도 화제다. 최 후보생은 전국 육군 학군장교 3897명 중 1위로 임관하는 영광을 안았다. 모든 부문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인 최 후보생은 다음 달 광주 상무대에서 초등군사교육을 받고 장교로 복무하게 된다.

지난 24일에도 여풍으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육군사관학교가 개교한 이래 처음으로 졸업성적 1~3등을 모두 여생도가 휩쓸었다는 소식이었다. ‘제73기 육사 졸업식’에서 이은애 생도가 전체 248명의 졸업생 중에서 최고 성적을 기록해 대통령상을 받았다. 2등인 국무총리상과 3등인 국방부장관상은 김미소 생도, 이효진 생도가 각각 수상했다. 육사에 여생도가 입학하기 시작한 1998년 이래 졸업성적 1등을 여생도가 차지한 적은 그동안 2차례(2012년·2013년) 있었다. 하지만 1~3등을 모두 여생도가 휩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사와 공무원 시험에서 뿐 아니라 여군 1만 명 시대에 군대에도 거센 여풍이 몰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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