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성용 사진작가 포항‘송도의 시간’ 기록 사진집 발간.
시간은 ‘찰나’를 견디지 못하고 사라진다.

마치 형광등 불빛의 숱한 명멸이 ‘존재의 착각’을 불러일으키듯 시간은 ‘영원’이 아니라 ‘환상’처럼 사라져 간다.

다만 존재의 착각이라고 할 수 있는 ‘찰나의 멈춤’들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된다.

마침내 기억은 긴 행렬을 이루며 인간의 삶을 지배한다.

그 기억이 어떠하냐에 따라 ‘삶의 질’이 결정된다. 그것은 곧 인간과 사회의 역사가 된다.

포항 ‘송도’는 해당화가 피어 나는 명사십리였다. 하늘을 뒤덮는 소나무 숲과 드넓은 모래사장이 포항 송도의 상징이었다.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려 잠 못들 게 하던 곳이 송도였다.

송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슬픔을 어루만져 주고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곳이었다.

삶이 팍팍한 사람들에게는 희망’을, 예술가는 ‘영감’을, 연인들에겐 ‘장밋빛 미래’를 선물했다.

아무리 힘든 일이라도 고백을 하면 모두 용서해 줄 것 같은 ‘고해성사의 바다’이기도 했다.

그 송도가 한 작가에 의해 되살아나고 있다. 개발의 구호 아래 아득한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송도를 사진을 통해 어느새 우리 곁으로 초대했다.

‘시간의 풍경’을 작품에 담는 안성용(51) 사진작가가 27년간 ‘송도의 시간’을 기록한 사진집을 내놓았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포항 송도에서 사진을 찍은 사진집 ‘포항 송도’를 펴낸 것이다.

작가의 사진은 잊힌 시간을 복원하고 기억의 저편에 묻혀 있든 지난날의 서럽도록 아름다웠든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 안성용 사진작가 포항‘송도의 시간’ 기록 사진집 발간.
흑백의 명료함이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의 사진에는 송도에서 굿을 하는 사람과 명상하는 스님, 물놀이를 즐기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등 숱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의 송도에서의 시간 들은 작가에 의해 역사가 됐다.

작가는 포항의 송도해수욕장을 찾아 그곳에서 그가 기억하는 산업화 과정 이전의 전원적인 풍경과 사람들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물질문화의 가치, 급격하게 전개되어버린 산업화와 도시화, 그로 인해 변해버린 도심의 풍경을 반성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게 해준다.

작가는 말한다.

“나는 작업을 할 때 세 가지 주제에 집중한다. 먼저 산업사회에 대한 반성과 회고, 두 번째 나 자신의 정체성, 세 번째 예술과 비예술 사이의 경계에 주목한다.

예술은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생각의 표현이 그 자체로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술은 예술작품으로서의 표현의 질과 생각에 관한 집중에 의해 결정된다.

생각의 표현으로서의 예술의 의미는 보편적이고 추상적인 것뿐만 아니라 특별하고 사실에 기반을 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나의 작업과 다큐멘터리 사이에 연결점이 있다.”

작가는 지난 2월, 서울 ‘스페이스 22’에서 ‘포항 송도’ 초대전을 갖고 작품 50점 전량이 판매되는 등 역량을 인정받았다.

서울과 포항에서 ‘자리밭의 신화’, ‘목선’, ‘송도’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현재 포항예술문화연구소의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포항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작가는 특히 산업사회의 회고를 큰 모티브로 삼는다.

그동안 포항공대 10년 화보집, 포스코 중국공장 연차보고서, 자리밭마을의 신화, 목선, 뒤안, 경주 양남 파도 소리길 등을 출판했으며, MBC와 불국사, 양동마을, 이두 문자 등 24편 이상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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