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학 포항시 정책기획관실
지난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정책기획단 활동을 통해 해외여행의 기회를 얻었다. 포항 미래의 먹거리인 ‘관광’의 해답을 찾아줄 수 있는 여행 장소를 찾던 중, 유럽과 아프리카를 이어주는 나라 ‘모로코, 포르투갈, 스페인’을 목적지로 정했다.

세 곳의 공통점은 모두 지중해, 대서양과 같은 ‘바다’를 품은 나라들이다. 네온사인 사이 음식점과 사람들로 가득한 우리의 바닷가와는 달리, 이곳은 휴식과 여유를 가진 쉼터에 더 가까웠다. 바다가 서로 다르게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보니 신선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스페인의 말라가 등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해변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강아지와 해변을 산책하는 사람들, 커피 한잔을 즐기며 수다를 떠는 연인들, 따뜻한 햇볕 아래 모래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모두 여유롭고 한가로워 보였다. 물론 최근에 우리 주변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지만 큰 차이점은 ‘사람’ 중심의 휴식공간이다.

여행 중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은 ‘광장’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외국에는 작은 도시든 큰 도시든 흔하게 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한번은 바르셀로나 시내를 지나다가 두 번 놀란 적이 있었다. 복잡한 도심에 축구장 절반 크기의 광장이 있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고 그 안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시민들이 즐기고 있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예전에는 서구의 민주주의를 꽃피우던 장소가 이제는 문화예술 및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러한 광장과 함께 아기자기한 가로수와 이색적인 거리도 모두 관광지로 보였다. 특히 스페인 여행 중 자주 눈에 띄었던 ‘오렌지 나무’는 기존에 우리가 늘 봐왔던 가로수 나무로서의 틀을 깨는 아주 새로운 모습이었다. 앞으로 포항시도 특색 있는 다양한 수종의 가로수들로 거리를 바꾸어 그 길을 걸어가고 싶다.

그동안 많은 지자체가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축제와 화려한 관광지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는 일시적인 효과를 바라는 단편적인 생각이다. 물론 나 역시 여행 전에는 유명한 건축물과 다양한 볼거리를 기대했었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공간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여유로움과 휴식을 즐기는 그들의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포항도 소통하며 쉴 수 있는 쉼터 같은 장소가 필요하다. 철강도시, 회색도시 이미지에서 벗어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진 친환경 녹색도시를 추구하는 ‘포항 그린웨이’사업과 연계한다면 앞으로 포항시 변화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포항시는 철강경기 악화로 전체적인 상황이 예전 같지 않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분주히 노력 중이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한 시점에 우리는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돌파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은 ‘한 걸음 전진’이 아니라 ‘한 번의 쉼’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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