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몇 배 되는 덩치 큰 황소를 시장한 저녁이 몰고 간다

황혼이 황혼을 최선을 다해 비출 때 워낭 소리가 점점 깊어진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며 중얼중얼거리는 노인의 헌 그림자

따라가던 소는

소는 왠지 자꾸만 뒷걸음쳐 딴청을 피우고

그럴수록 노인의 부리는 목소리가 소를 우렁차게 내리친다

노인을 일바시는 소의 소견이 참, 백 근도 더 넘겠다




감상)‘일바시는’이라는 말을 찾으려고 검색을 하니 마시는 일에 관한 풀이들이 딸려 나온다. 생각지도 않은 말들이 툭 튀어나올 때, 알고 싶은 것을 뒤로 미루게 하는 힘 그것은 계획되지 않은 일이 무심코 이뤄질 때 오는 기쁨 같은 것이다. 소가 봄 들판을 어떻게 걸어가든 노인이 또 어떻게 봄을 맞든 그건 뒷전이다. 봄을 마시는 재미만 오롯이 궁금하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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