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리스케 가져와 봐” “야마를 제대로 파악해야지, 미다시가 이게 뭐야” 10여 년 전만 해도 신문사 편집국에서 흔히 듣던 말이다. 아직 우리말로 다 옮길 수 없지만 “레이아웃 가져와 봐” “핵심을 제대로 파악해야지, 제목이 이게 뭐야” 정도가 될 것이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신문사 편집국에서 이런 일본어를 섞어 쓰는 꼰대(?)들이 있다.

신문사는 물론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 생짜배기 일본말이 흔히 사용되고 있다. 식당에서는 “밥 좀 덜게 식사라(밥그릇) 하나 주세요, 다대기(다진 양념)도 좀 주시고요, 계산은 분빠이(분배)입니다, 요지(이쑤시개) 하나 주세요” 한다. 유난히 일본어가 많이 사용되는 곳은 건축 현장이다. ‘노가다(막노동)’에서부터 가꾸목(각목), 가다 또는 와꾸(틀), 아시바(발판, 비계), 나라시(고르기), 다루끼(서까래, 연목), 다이(받침), 도끼다시(갈아내기)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일본어를 쓰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거짓말하는 친구에게 “구라치고 있네”하고, 새로 산 바지가 멋지다고 “간지 난다”다고 한다. 또 출출한데 우리 ‘어묵 먹자’를 “오뎅 먹자”고 한다. 어린 학생들은 이런 말을 쓰면서도 이 말이 우리말인지 일본어인지 모르고 쓴다.

젊은이들이 노는 당구장에서도 10년 전, 20년 전에 쓰던 일본어 표현을 아직 쓰고 있다. ‘다이(탁자)’에서부터 ‘다마(공·알)’, ‘오시(밀어치기)’, ‘히끼(당겨치기)’, ‘히네루(비틀다, 회전)’ , 하꼬(옆돌리기), 우라(뒤돌리기) 등 그야말로 일본어 천지다.

이 뿐인가. 법률, 행정용어는 물론 예술계에 이르기까지 일본어 잔재는 뿌리 깊다. ‘경료된(~를 마친)’, ‘요하다(필요하다, 요구되다)’, ‘참작하다(고려하다)’에서부터 견습(수습), 행선지(목적지) 등 일본식 용어인지도 모르고 쓰는 경우도 많다. 최근 흔히 쓰고 있는 ‘납골당’이란 말도 뼈(골·骨)을 부각하기보다 ‘돌아가신 분을 모신다’는 의미인 ‘봉안당’을 쓰는 것이 옳을듯하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일본어 투 용어 순화 자료집’에는 무려 1천171개의 순화 대상 용어가 수록돼 있다. 98번째 3·1절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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