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4가 철거민 참사 현장
점거해 들어온 빈집 구석에서 시를 쓴다

생각해보니 작년엔 가리봉동 기륭전자 앞
노상 컨테이너에서 무단으로 살았다

구로역 CC카메라 탑을 점거하고
광장에서 불법 텐트 생활을 하기도 했다

국회의사당을 두 번이나 점거해
퇴거 불응으로 끌려나오기도 했다

전엔 대추리 빈집을 털어 살기도 했지

허가 받을 수 없는 인생

그런 내 삶처럼
내 시도 영영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는
이 세상 전체가
무허가였으면 좋겠다




감상) 청림동-바람이 불지 않아도 모래가 날아다니던 곳, 시금치나 부추 비닐하우스가 집보다 크고 높던 곳, 그것들이 모래바람으로 파도치던 곳 방 넓으나 마당은 없는 집들이 모인 곳, 그 골목에서 아이들이 세발자전거를 타던 곳, 그 끝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며 기웃거리던 곳, 무허가였으므로 어느 것도 영원으로 남기지 못하는 곳,(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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