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영조 때 청나라 칙사가 왔다. 영조는 모화관까지 몸소 나가서 칙사를 영접했다. 영접행사가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난데없이 돌멩이 한 개가 날아와 칙사의 머리를 명중시켰다. 청나라 칙사를 욕되게 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왕을 비롯, 영접행사에 나와 있던 신하들이 어쩔 줄을 몰랐다. 이 경천동지할 사건은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온 조정은 돌멩이를 던진 범인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다.

범인 체포를 진두지휘하던 포도대장은 신중한 사람이었다. “돌을 던진 사람은 우국충정의 심정에서 청나라 칙사의 거드름을 보고 참지 못해 돌을 던졌을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인근에서 활을 쏘며 어울리는 모화관 한량패들 가운데 한 사람인 서유대라는 청년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포도대장은 서유대를 술자리에 초청, 넌지시 떠보았다. “청나라 사신이 정말 혼났을 거야. 누가 한 행동인지는 모르지만 가슴이 다 후련했어” “제 놈이 칙사면 칙사지, 우리 전하 앞에서 그 방자한 꼴을 하다니 분통이 터져 그냥 볼 수만 없었더군요” “그럼 자네가 한 짓이군” “네 제가 한 짓입니다”

포도대장은 범인을 잡았으나 나라의 자존심을 위해 저지른 일로 앞길이 창창한 젊은이를 벌할 수 없었다. 깊은 고민에 빠진 포도대장은 궁리 끝에 묘수를 하나 찾아냈다. 옥에 갇혀 있는 사형수와 돌멩이 투척범을 바꿔치기 하는 것이었다. 사형수 역시 기왕 죽을 몸이니 차라리 이름이나 남기고 죽겠다며 포도대장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칙사 앞으로 사형수를 끌고 간 포도대장은 “이 자가 범인이다”며 칼을 빼 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청나라 칙사가 목 치는 것을 말렸다. “이 자의 소행은 죽어 마땅하나 제 나라 임금을 위해 충정으로 한 것이니 용서하시오” 포도대장의 심모원려의 지혜가 서유대와 사형수, 두 사람의 목숨을 구했다. 한국의 사드 배치를 트집 잡아 노골적으로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는 중국을 무마시킬 수 있는 묘안이 시급하다. 지금의 한중 관계에서도 칙사를 달랜 포도대장의 지혜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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