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이면 사망률 40% 감소, 비의도적이면 사망률 1.8배↑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다 보면 으레 상대방과 “살이 빠졌다”거나 “살이 쪘다”는 등의 농담 섞인 말을 주고받곤 한다. 몸무게와 관련된 이런 식의 표현은 사실 인사를 받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서는 민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식 정서에서는 아직도 상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인사법쯤으로 인식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눈대중으로 이처럼 상대방의 몸 상태를 쉬이 짐작해 내던지는 말이 실제 건강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것일까?

물론 요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도적인 운동량 조절을 통해 살을 빼고 늘리는 게 어렵지 않아 체중을 건강상태와 연결짓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살이 빠지거나 불어난다면 사정이 다를 수 있다. 특히 노인에게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가 나타난다면 건강상태를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제 지금까지 이뤄진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노인층에서는 체중감소가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보고가 많다. 최근 국내 연구진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유준현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교실 교수팀이 ‘노인의 체중감소와 사망률’을 주제로 한 국내외 연구논문 14편을 메타분석한 결과를 보면 노인층에서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는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됐다. 이 연구결과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분석에 이용된 논문들은 모두 60세 이상 노인들을 연구 대상으로 했으며, 최단 2년부터 최장 15년까지 추적 관찰이 이뤄졌다. 또 연구대상자 수는 최소 88명에서 최대 4천736명까지 다양했다.

분석 결과, 비의도적인 체중감소는 사망률을 1.82배나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성별로는 남성이 1.32배, 여성이 1.68배였다.

반면, 노인층이라 할지라도 의도적으로 체중을 줄이는 경우는 오히려 사망률을 40%가량 줄여주는 긍정적 효과가 관찰됐다.

평균연령 73세의 노인들을 3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가 사망률을 높이는 요인이었지만, 의도적인 체중감소는 사망률을 높이지 않았다. 또 비만한 노인들을 평균 8년 관찰한 연구에서도 의도된 체중감소는 사망률 증가와 관련이 없었다.

이는 다른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이전 연구와 일치되는 결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노인층의 의도하지 않은 체중감소는 식욕부진 등에 따른 에너지 불균형이 원인으로, 결국은 일상활동을 줄이고 병원 체류시간을 늘림으로써 저체중 자체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비의도적인 체중감소와 달리 의도적인 체중감소는 식습관을 개선하고 활동량을 증가시켜 전체적인 건강상태를 개선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특히 비만한 노인의 경우 체중감소가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위험요인들인 인터류킨(IL)-6, 혈압, 혈당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노인층의 체중감소가 성별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해서는 평상시 약물복용 형태와 비만 또는 과체중 여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인과관계가 명확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유준현 교수는 “비만한 노인들의 체중감소는 의도했는지, 의도하지 않았는지에 따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만큼 노인층의 체중감소가 확인되는 시점에서 일차의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렇다고 과체중 노인층에까지 이런 체중감소를 권할지, 권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권할지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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