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 많은 풍경이 너를 거쳤다
저렇게 많은 풍경의 독이
네 몸에 중금속처럼 쌓여 있다
올리브나무 사이 강렬한 태양은 언제나 너의 것,
너는 올리브 나무 언덕을 지나갔다
양귀비들은 그 아래 붉게 흐드러져 있다
바닥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알시옹처럼
너는 운명을 다스리는 힘을 가졌다
이곳의 햇빛은 죄악을 부추긴다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 불가해한 세계가 바로 너라는 것을

감상) 언제나 배경이 되어주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은 나를 볼 때 내 배경까지를 포함해서 나를 본다. 그러므로 나는 나만이 아니고 배경까지 포함한 나다. 가끔은 배경이 없었으면 싶을 때도 있고 배경 때문에 내가 더 못나보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나는 늘 배경 때문에 빛났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배경이 되어주고 싶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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