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출판시장에 만화가 활력을 공급하고 있어 주목된다.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개봉과 함께 원작 만화가 4주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든 가운데, 2012년 출간된 앙꼬의 ‘나쁜 친구’가 한국만화 최초로 앙굴렘국제만화제에서 수상하며 큰 화제를 모으고, 신간 만화 김정연 ‘혼자를 기르는 법’이 출간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들며 만화책들이 연초 베스트셀러 목록을 장식하고 있다.

김정연 만화 ‘혼자를 기르는 법’은 출간 열흘 만에 ‘너의 이름은’을 누르고 만화 베스트셀러 2위(인터넷 서점 알라딘 기준)에 오르며 독자들을 모으고 있다. ‘혼밥’‘혼술’ 등의 조어로 요약할 수 있는 1인가구 시대를 뛰어난 감각으로 포착하며 20대 사회초년생 여성의 삶을 가감없이 그려낸 다음웹툰 연재작으로, 2016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하기도 한 화제작이다.

일본 3040 독신 여성의 삶을 단순한 필치로 솔직하게 표현한 마스다 미리의 만화가 한국에서까지 넓은 공감을 얻은 것처럼 김정연의 만화는 20대 한국 여성의 삶을 정확하게 포착해내며 한국 독자들의 갈증을 풀어주었다는 평이다.

만화는 소규모 팬덤과 마니아층의 하위문화로 한정돼 왔지만, 모바일 시대를 맞아 웹툰 등 접근형식 변화를 통해 기존 독자 범주를 넘어서 새로운 독자층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최규석 만화 ‘송곳’등이 드라마 방영과 더불어 ‘미디어셀러’로 주목받은 바와 같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원작이 되는 경우가 늘어나며 만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한다. 독자 충성도가 높고, ‘굿즈’ 수집욕을 불러일으키는 장르라는 점을 겨냥해 예스24,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에서는 만화 캐릭터를 이용한 자체 사은품을 제작해 만화 특별전을 열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한국 만화 시장의 초점이 웹툰산업 쪽에 맞춰진 가운데 앙꼬 작가의 ‘나쁜 친구’(창비 2012)가 지난 1월 전세계 최대 규모 만화축제인 앙굴렘국제만화제에서 ‘새로운 발견’상을 받으며 출판만화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유럽·일본 만화 위주의 세계 시장에 한국만화의 작품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나쁜 친구’는 작가주의적 색채와 높은 완성도로 출간 후에도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은 바 있고, 2016년 프랑스어판 출간을 계기로 유럽만화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수상 이후 스페인어판 일본어판 등 번역 출간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국내 독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듯이 ‘나쁜 친구’역시 수상 소식 이후에 판매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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