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0년 6월 중국산 냉동마늘과 초산조제 마늘의 관세율을 30%에서 315%로 10배 이상 대폭 올리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때 우리나라는 마늘의 경우,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마늘에 한해서만 수요량의 2~4% 정도를 50%의 관세율만 매겨 수입키로 했다. 수요량의 2~4%를 넘는 물량부터는 360%의 높은 관세를 매기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리 농민 보호를 위해 이 같은 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가 중국산 마늘 제품 수입을 제한한 것이다.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해 중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의 수입을 중단한다는 보복조치를 발표했다. 이 같은 보복조치는 국제규정에 어긋난 것이지만, 당시 중국은 WTO(세계무역기구)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여서 어디에 제소하거나 중재를 요청할 데도 없었다. 그래서 한중 간에 마늘협상이 시작됐다.

당시 통상교섭본부장으로 한덕수 전 총리가 협상을 지휘했다. 2000년 7월 31일 타결된 ‘마늘협상안’에 대해 굴욕적이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중국이 휴대폰의 수입중단을 풀기로 하고, 우리나라는 2002년까지 3년간 매년 3만2000∼3만5000㎏의 중국산 마늘을 30∼50%의 낮은 관세율로 사오고, 세이프가드 시한도 2002년 말까지 줄이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해 문화와 관광 뿐 아니라 우리 기업의 대 중국 경제 활동 전반에 강도 높은 보복조치를 취하고 있다. 당장 관광객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대구·경북의 관광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이처럼 강경 조치를 취하는 데는 마늘 협상에서처럼 ‘경제문제를 고리로 한국을 압박하면 통한다’는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국가 안보 차원의 사드 배치를 빌미로 무역 보복을 하는 중국에 대한 대응은 냉정해야 한다. 지난 1월 다보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보호무역은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꼴”이라며 세계 경제의 자유무역주의를 역설한 시진핑의 중국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입이 아닌 행동으로 자유무역주의 국제규범을 지킬 것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야 한다. 사드 배치의 원인 제공자 중의 하나가 중국이란 사실도 적극 주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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