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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경북생명의 숲 상임대표·화인의원 원장
초대대통령 이승만은 1960년 3·15부정선거가 도화선이 된 4·19혁명으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그해 5월 하와이로 망명했다. 이승만에 이은 윤보선 대통령도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이듬해 하야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재임 중 시해됐고, 그해 12월 대통령에 취임했던 최규하는 전두환 등 신군부의 압력으로 8개월 만에 대통령직에서 하차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이후 지금까지 70여 년에 걸쳐 11명의 대통령을 배출했는데, 이 중 4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했다. 이번 대통령을 포함해 국회가 탄핵안을 가결한 경우도 2명이나 된다. 절반이 넘는 대통령들이 하야, 시해, 권한정지 등의 불행한 사태를 겪었다.

이에 반해 미국은 1789년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버락 오바마에 이르는 44명의 대통령 중 중도 하차한 경우는 닉슨이 유일하다. 닉슨은 1974년 재선을 위해 민주당을 도청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사건’으로 탄핵이 확실해지자 대통령직을 사임해, 미국 헌정사상 처음으로 임기 중에 퇴진한 대통령이 됐다.

이렇게 우리 헌정사는 험난한 굴곡의 연속이었다. 이제는 이러한 굴곡의 헌정사를 뛰어넘어 헌법에 따라 작동되는 입헌정치 70년에 걸맞은 헌정사를 기록해나가야 하고, 또한 그럴 연륜도 쌓았다. 공자는 “나이 일흔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고 했다.

내일(9일)이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떠나 헌법재판소로 이송된 지 3개월이 된다. 하지만 지난 3개월간 대규모 탄핵집회가 끊이지 않는 등 찬반대립은 오히려 격화되고 있다. 헌재의 판단과 결정을 차분하게 지켜보는 것이 법치국가의 모습이겠지만 사회적 혼란과 갈등과 분열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이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법치가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탄핵선고가 임박하면서 이후의 사회적 갈등과 혼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래서는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국가의 안위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탄핵선고가 대한민국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피청구인인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과 국민도 우리나라 최고 권위의 사법기관인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이에 반드시 승복해야 한다. 불복은 법치의 근간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를 갈등과 혼란에 빠뜨리겠다는 반헌법적, 반사회적, 반국가적 행동과 조금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정의와 법치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계기가 돼야 한다. 이번 탄핵심판이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의 지엄한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과 불평등,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부끄러운 적폐들을 청산하며 보다 정의롭고 성숙한 법치국가로 나아가는 발전적인 기회가 돼야 한다.

다음은 우리 사회가 갈등과 혼란을 넘어 통합과 발전의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례 드문 대내외적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경제와 안보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지금 중국의 사드 보복이 전 방위로 이뤄지고 있고, 북한 김정은의 도발적인 성격만큼이나 우리의 안보상황도 그만큼 위태롭다.

작금의 혼란과 분열 상태로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들을 극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야 하고, 이를 위해 국민통합을 위한 모두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무엇보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선거라는 국가적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출발이 돼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성공적으로 이룩한 지난 70년의 헌정사를 저력으로 대한민국 미래 100년의 꿈을 펼쳐나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아울러 오늘의 참담한 역사를 절대 되풀이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에게 반성과 성찰의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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