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국을 끓인다
부글거리는 국물의 길 따라
우 아래로 몸을 뒤채며
알 수 없는 곳으로 빠져들어 흐느적거리는 살점들,
우리는 곰국을 사람(人)의 마을(間)이라 불러도 되겠다

가스레인지의 불은 서서히 달아오르고
백철솥이 좁아라고 그들은 쿵쾅거린다

이윽고 어느 보이지 않는 손길에 의해
한 그릇의 국으로 퍼담아지고 난 다음
식어 가는 시간이 그들 주무를 때
알 수 없는 힘으로 몸의 욕망에 엉기는 굳기름
우리는 그것을 죽음이라 불러도 되겠다

그렇다면 대체 인간들은 왜 죽어라
죽어라 백철솥 안으로만 들어가려 하는 것일까




감상) 마음을 끓인다. 아무리 끓여도 아무 것도 되지 못하는 마음을 밤을 새워 끓인다. 아무리 센 불을 지펴도 끄덕도 안 하는 마음을 김도 안 나고 누가 괜찮군, 말해주지도 않는 마음을 끓이고 또 끓인.다 다 끓이고 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가 새까맣게 눌러 붙어 있을 것을 알면서도 끓인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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