虎尾樹와 槿花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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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상은 호미수회장
우리나라를 예부터 맹호기상(猛虎氣像·호랑이 같은 용맹스러움), 근화강산(槿花江山·무궁화 강산)으로 일컬어 왔다. 맹호가 중국 대륙을 향해 포효하고 반만년 함께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알려 왔다. 일제강점기 국토를 왜소한 토끼로 비유, 호미곶을 ‘토끼 꼬리 ’라 부르게 했으며 무궁화 또한 우리 민족과 함께 혹독한 핍박을 견뎌 낸 독립정신의 상징으로 연명해 왔다.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갈이 보전하세~’ 라고 불러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민족의 꽃 무궁화가 우리 주변에서 잘 보이질 않는다. 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벚꽃축제로 야단법석을 떤다. 명승지나 유원지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도로변에 이르기까지 벚나무 가로수가 들어서고 있어 삼천리금수강산이 벚꽃 (일본말 사꾸라) 강산으로 변해 가고 있다. 무궁화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다홍, 자주, 보라, 순백 등으로 종(鐘) 모양의 꽃이 아름답게 핀다. 무궁화(槿花)는 일편단심, 영원, 미묘하고 섬세한 아름다운 꽃 모화(母花)로 국민에게서 사랑받아 왔고 자랑해 왔다.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다고 하지만 꽃이 좋으면 찾아오는 벌레도 많은 법이니, 약도치고 보호하면 꽃 좋고 잎도 푸르니 푸른 우리 강산을 더 푸르게 만들 것이 아닌가.

탄핵심판을 앞두고 탄핵이 인용되면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하는 신문과 방송에서 ‘벚꽃 대선’이니 ‘벚꽃 축제’니 하면서 대통령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사꾸라 선거’인가?

학교 교실에 태극기가 사라져 가고 애국가마저 시련을 겪게 돼 가는 국적 없는 국민을 길러 내야 하는 현실에 무궁화가 사라지고 있다. 일본의 국화와 다름없는 벚나무 ‘사꾸라 꽃’이 우리 강산 명승지, 유원지, 도로변 가로수에 이르기까지 ‘사꾸라 강산’이 돼 버려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는 ‘저기 가선 저 사람 편 여기 와선 이 사람 편인 척 애매하게 구는 사람을 속되게 표현한 것을 ‘사꾸라’라고 부른다. 벚꽃을 ‘사꾸라’라고 하면서 사실상 일본의 국화가 된 지 오래된다. 화려하게 피었다가 한순간에 꽃잎은 흩날리는 ‘사꾸라’. 우리는 은어로 ‘사꾸라’ 라고 하면 친일파 혹은 민족반역자라고 불렀다. 일본은 봄이 되면 온천지가 사꾸라 축제 세상이다.

지난 역사의 치욕과 아픔을 거둬내고 무궁화를 심어서 국운을 살리자. 지난 일제 강점기 때 당한 민족적 수모를 알기나 한가, 맛보기나 했는가? 일본의 국화나 다름없는 벚나무를 심었을 수 있을까.

모르고 심었다면 무궁화로 대체해서 심어야겠지. 그것이 나라 사랑하고 민족역사를 지키는 국민의 의무이자 도리일 것이다.

호미수회가 올해 봄에 범꼬리 끝 마을 구만리(九萬里)에 무궁화동산인 호미근화향(虎尾槿花鄕)을 이뤄 무궁화 꽃을 피우리라.


서상은 호미수회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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