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45.8%, 정세균 28.5%’ 20대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출마한 두 후보의 여론조사 수치다. 그러나 개표 결과 52.6%를 득표한 정세균 후보가 39.7%를 얻은 오세훈을 누르고 당선됐다. 이처럼 4·13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었다.

193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랜든과 민주당의 루스벨트가 각축전을 벌였다. 당시 인기 잡지인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D)는 랜든 후보의 승리를 예측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예측 지지율이 43%였던 루스벨트가 62% 득표로 압승을 거뒀다. 대망신을 한 LD사는 결국 파산했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사람이 있었다. 과학적 조사기법을 동원한 조지 갤럽이었다. 족집게 갤럽도 1948년 대선에선 대망신을 당했다. 공화당 듀이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민주당 트루먼이 당선됐다. 갤럽은 듀이 50%, 트루먼 44%로 예측했지만 50%를 득표한 트루먼이 45%를 득표한 듀이에 승리했다. 원인은 부동층에 있었다.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여론조사의 한계였다.

샘플링의 편향과는 달리 유권자들이 속마음을 숨길 경우 여론조사는 헛다리 짚기가 일쑤다. 1982년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흑인 후보 브래들리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백인 후보 조지 튜크미지언에게 앞섰지만 결과 역시 반대였다. 상당수 백인이 인종적 편견을 숨기려고 브래들리를 찍겠다고 거짓 응답을 했던 것이다.

지난해 영국 총선에서도 여론조사 기관이 크게 체면을 구겼다. 11개 여론조사 기관 모두 노동당과 보수당의 초박빙을 예측했지만 투표 결과는 보수당의 압승이었다. 예측이 빗나간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샤이 토리(Shy Tory)’의 위력이라 했다. 1990년대 일명 ‘토리’인 보수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에선 소극적으로 응답하고 실제 투표에선 본심을 드러내 적극적으로 보수당을 지지했다. 일종의 숨은 표의 기습이었다.

특검수사 연장 거부 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지지도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황 대행이 보수 단일후보가 될 경우 ‘샤이 황교안’ 핵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보수의 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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