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헌법재판소가 대한민국 정부 수반이자 국가 원수인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파면 여부를 결정할 탄핵심판을 선고한다. 탄핵심판 선고는 10일 오전 11시다. 탄핵이 인용되면 박 대통령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고 기각되면 바로 직무에 복귀한다

탄핵정국과 관련해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과 탄핵을 주도한 야당은 헌재 결정에 조건 없이 승복해야 한다. 그 의사 표시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탄핵 선고 직후인 12시 전후 헌재 선고를 전적으로 수용한다는 대(對)국민선언을 하기를 촉구한다. 박 대통령은 탄핵 사유가 된 여러 가지 중에 책임이 없는 것이 없다. 마찬가지로 야당은 집권세력을 견제하라고 제1당으로 만들어준 총선 민의에 부합했는가를 생각해 볼 때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탄핵 각하를 주장한 박 대통령의 법률대리인, 지지자들은 불합리한 감정을 유발해 시민들을 선동하며 헌재 결정에 불복할 것임을 시사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탄핵반대와 탄핵 불복을 뜻하는 토를 달고 있다. 박 대통령 대리인인 김평우 변호사는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가 9인 체제로 될 때까지 선고를 미뤄야 하며 8인 체제의 결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모두를 잠재우도록 박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헌재선고 수용을 천명해야 한다.

여야 정당과 국회는 질서 있는 수습책을 제시해 신속하게 국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국회와 정당은 사실상 정치를 내팽개치고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시민단체와 달리 정당은 의회에서 토론으로 승부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체제는 국정 중심을 바로잡고 공정한 대선을 이끌어 신정부를 출범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러나 탄핵 심판 불복 선언이나 탄핵 찬성 측과 반대 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탄핵 인용”과 “탄핵 기각”을 외치는 이들의 잇단 집회가 예고돼있다. 태극기집회 측은 ‘총력투쟁’에 나설 방침이고, 촛불집회 측은 어제 저녁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뒤 헌재 인근까지 행진했다. 앞으로도 집회의 자유는 보장돼 있으니 시위를 하는 것 까지는 허용돼지만 비폭력 평화집회여야 한다. 만에 하나 충돌이 발생할 경우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무질서가 없기를 바란다.

헌재 결정 승복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승복 여부를 우려하는 것은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재의 결정 방향을 놓고 논란이 너무나 무성했기 때문이다. 탄핵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은 탄핵 정국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주장과 시위를 남발한다면 헌정질서에 과연 부합하는 행위인가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와 대한변협은 “특히 정당이 탄핵심판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해 국민갈등을 증폭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단법인 ‘4월회’도 “정당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성명을 내고, 국민은 헌재를 믿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권시절 과반수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부영씨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결정이 나면 거기에 따라야 한다. 그 안에서 자기들이 할 바를 찾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씨는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인용이 되든 기각이 되든 헌재 판결은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만약 기각이 된다 해도 헌법사항에서 기각된 것일 뿐 무죄라는 의미가 아닌 만큼 계속 수사하고 소추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방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원로법조인 여동영 변호사는 “헌재 결정에 반발하는 것은 반헌법적이고 반민주적인 처사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고 인내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건은 헌정 절차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행위다. 헌재의 결정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헌정 질서의 하나다. 헌재 결정을 인내로 수용하지 않는 과격한 시위와 주장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에 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헌재 결정의 존중을 위해 모두 자숙해야 할 때이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압박, 일본과의 갈등 등 이 나라 외교안보는 풍전등화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곧 이어서 미국과의 통상문제와 주한미군 주둔, 전시작전권 문제는 이 나라 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다. 헌재 결정 이후 시위가 격화된다면 경제와 안보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른다. 여야, 정당, 국회, 대선 주자 등 정치세력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촛불’과 ‘태극기’ 세력은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저마다 애국을 들먹이고 있지만 유명한 성서 이야기인 ‘솔론몬의 심판’에서 보인 진짜 어머니의 심정으로 모두 탄핵 이후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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