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원 1리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 방송을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10시 30분. 박 대통령의 선조 묘가 있는 고령박씨 집성촌 성주군 선남면 성원 1리 마을회관에는 정적만 가득했다.

지난해 성주군 성산포대 사드 배치 소식이 전해졌을 때 선조 묘지 위에 사드를 배치한다며 반발한 주민들이 회관에 있던 박 대통령 사진을 떼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언론에 보도됐던 곳이다. 당시 마을 이장이 경북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사진을 버리지 않고 고이 보관하고 있다”고 밝혀 다시 한번 논란이 되기도 했다.

10일 다시 찾은 회관 내 박 대통령 사진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청소당번과 윷놀이 경비를 적은 A4용지 두 장이 붙어있었다.

강옥순(76) 씨 등 할머니 2명에 남성 2명이 회관으로 왔다. 탄핵 심판 선고 과정을 TV로 지켜보기 위해서다.

탄핵과 관련한 속내를 조금씩 드러냈다.

사드 배치 장소가 마을 인근 성산 포대에서 성주 골프장으로 바뀐 탓인지 박 대통령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민심은 다시 연민으로 바뀌어 있었다.

박용후(54) 씨는 언론을 원망했다. 언론이 공평하지 못하게 모두 박 대통령이 잘못됐다고 보도할 뿐 탄핵 결정이 지나친 수준이라고 말해주는 언론사는 없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박 모(64)씨는 “요즘은 아가씨, 아줌마도 눈썹 문신하고 보톡스 주사 맞는데 대통령이라고 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면서 운을 뗐다. 그리고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고민을 이어가던 박씨는 “밉지, 우리도 박근혜 대통령 밉지”라고 했다. 또 “나라가 왜 양쪽으로 나뉘는 이 꼴이 됐느냐. 이제부터라도 야당은 태극기 집회에 가고, 여당은 촛불집회에 가서 서로 나라를 안정시키도록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전 10시 50분, 헌법재판소의 최종 선고가 임박해지자 할머니 네 명이 마을회관으로 들어왔다. 마을회관에는 총 6명의 할머니가 말없이 TV만 바라봤다.

11시 선고가 시작되고 11시 22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인용되기까지 마을회관은 세상이 잠시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탄핵 인용이 발표되고도 20여 분 후, 강순옥 할머니가 처음 입을 뗐다.

“탄핵이네”

그렇게 20여 분 또다시 세상이 멈췄다. 강옥순 할머니의 눈에는 박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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