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시신 처리문제도 논의…北, 살해용의자 귀국보장 요구 관측

말레이시아가 북한에 억류된 자국민 귀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수일 내에 북측과 공식회담을 한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11일 억류자 가족들과 비공개 면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회담 시작을 원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국영 베르나마통신 등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외무부가 현재 경찰과 보건당국 등 유관 부처와 회담 준비를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법률적, 인도주의적, 안보적 측면이 모두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측과의 회담 장소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양국 비자면제협정을 파기하고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를 추방하자, 지난 7일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 11명을 억류했다.

이중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직원 2명은 지난 9일 풀려났지만, 주북한 말레이시아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9명은 여전히 북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자국에 거주 중인 북한인 1천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리는 등 초반 강경 대응 움직임을 보였지만, 이후 협상 모드로 전환해 북한 내 자국민 귀환에 초점을 맞춰 왔다.

양국 회담에서는 김정남 피살 사건의 후속책도 논의된다.

아니파 장관은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시신을 필요 이상으로 보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시신 처리문제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북한은 여권상 이름인 ‘김철’인 김정남의 시신 인계를 요구했지만, 말레이시아는 신원 확인 절차를 거쳐 유가족에게 인수 우선권을 주겠다며 거절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피살 한 달여만인 10일에야 그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아니파 장관은 “김정남 시신을 북한이든 유가족이든 누군가에게는 결국 넘겨야 하지만 이 문제는 때가 되면 다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말레이시아가 자국민 억류 해제를 위해 김정남 시신 인계문제를 북한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말레이시아 경찰이 김정남 살해용의자로 지목한 현광성(44)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2등 서기관과 고려항공 직원 김욱일(37), 리지우(30)의 출국 보장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말레이시아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이들 3명은 현재 치외법권 지역인 북한대사관에 은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들의 수사 협조를 요구하며 김욱일에 대해서는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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