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탄핵상황 고려해 도발 가능성…대비태세 강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국이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북한이 우리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노리고 제6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가 9일과 10일(현지시간)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해 내놓은 보도에 따르면,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북쪽 갱도 입구에서 상당한 규모의 굴착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풍계리 핵실험장의 북쪽 갱도는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이 진행된 곳이다.

이 매체는 사진을 분석한 내용을 근거로 북한이 제6차 핵실험 준비를 큰 규모로 준비 중이며, 핵 폭발력의 규모가 역대 최대인 28만2천t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미 군 당국도 풍계리의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도발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원하면 언제든 6차 핵실험이 가능하며, 이미 준비는 끝낸 상황으로 판단한다”면서 “북한이 탄핵 등 여러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도발 시점을 고를 가능성이 높아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정부는 핵실험장 준비 상태 등을 고려시 북한이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다고 보고, 한미 관계 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주시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달에 핵실험을 한다면 지난해 9월9일 이후 6개월 만이다.

북한은 과거 3년 안팎을 주기로 핵실험을 벌여왔지만, 지난해 두 차례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3년 주기’는 무의미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및 국제정세, 북한 내부 사정 등을 두루 따져봤을 때 북한이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우선 핵실험으로 대선 국면에 접어든 한국 사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려 할 수 있다. 외교안보 리더십이 사실상 부재해 긴밀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계산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여론의 흐름이 상대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에 무게를 두는 야권 후보들에게 우호적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섣불리 도발하지 않으리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북한이 대내적으로는 체제를 결속하고 대외적으로는 김정남 암살의 배후로 지목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핵실험으로 판을 흔들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의 대북 정책 리뷰가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핵실험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려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과거부터 상대의 압박에 더 큰 도발로 대응하는 ‘벼랑끝 전술’을 즐겨 사용해왔다.

특히 북한 내부적으로 4월 중순께 기념일이 몰려있다는 점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올해 4월은 ‘김정은 당 제1비서 추대일’ 5주년(11일)과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일’ 5주년(13일)이 이어지는 데다, 무엇보다 ‘김일성 생일’(태양절·15일)도 있어 북한이 어떠한 형태로든 ‘축포’를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105주년 ‘태양절’을 비롯해 이들 기념일이 북한이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라는 점도 도발 가능성을 크게 점치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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