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란 실로 가지각색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이 가지각색의 웃음이란 것은 방실방실 웃거나 빙그레 웃거나 허허허 하고 웃거나 껄껄대고 웃거나 하는 따위의 웃는 방법과 웃는 모양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웃음의 성격과 웃음의 종류를 말하는 것이다. 웃음이란 참으로 단순한 것이 아니다. 남을 멸시하는 웃음, 비웃는 웃음, 차디찬 웃음, 아양 떠는 도색(桃色) 웃음, 억지로 웃는 가짜 웃음 등 별의별 웃음이 다 있다” 노산 이은상 시인은 ‘소문만복래’란 글에서 웃음을 단순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주나라 유왕(幽王)의 왕비 포사는 좀처럼 웃지 않아 왕이 횃불을 들어 보았다. 갑자기 외적이 침입하였다고 백관들이 황급히 뛰어다니는 광경을 보자 비로소 웃었다. 그 후 왕은 그 왕비를 웃기고 싶을 때마다 횃불을 들곤 하였기 때문에 정작 적이 침입한 때에는 아무도 안 나와 마침내 왕은 번인 손에 죽고 말았다”는 고사도 있다.

웃음은 이처럼 의미 파악이 종종 어려울 때가 있고, 경우에 맞지 않은 웃음이 있다. 죄지은 정치인들이나 경제인들이 법정에 들어서면서 실실 웃거나 초상집에서의 웃음처럼 때와 장소에 맞지 않은 웃음도 있다.

헌정사상 초유의 ‘파면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12일 환하게 웃으며 삼성동 자택에 돌아왔다. 차에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웃음을 띠고 여유를 과시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이 사저로 들어간 뒤 대국민 메시지를 대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의 웃음은 ‘웃음 속에 칼이 있다’는 격언처럼 탄핵인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탄핵 심판 과정에서 쪼개진 여론이 진정될 것이란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허탈한 웃음이 나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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