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부동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숲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감상> 그 시절 이선희의 ‘아, 옛날이여’가 한창 유행했었다. 뜻도 모르고 따라 부르던 노래였다. 요즈음 가끔 노래방에 가면 자꾸만 눈길이 머무는 노래다. 그러나 부르지는 못한다. 정말 그리운 것은 겉으로 드러내지 못한다 정말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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