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만질 때마다 내 몸에선 회오리바람이 인다 온몸의 돌기들이 초여름 도움닫기하는 담쟁이처럼 일제히 네게로 건너뛴다 내 손등에 돋은 엽맥은 구석구석을 훑는다 네 손의 기억, 혹은 구불구불 흘러간 네 손의 사본이다 이 모래땅을 달구는 대류의 행로를 기록하느라 저 담쟁이에도 잎이 돋고 그늘이 번지고 또 잎이 지곤 하는 것이다




감상)시든 화초에 물을 주고는 저것이 살아나지 못하면 어쩌나, 조바심 내곤 했다. 그러나 너무 늦지 않았을 때 대부분 그것은 한 숨 잘 자고 일어났다는 듯이 생생해지곤 했다. 그러면 조바심하던 나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또 한참 그렇게 화초를 잊는다. 사람이 오는 방식도 그럴지 모른다 잊은 듯이 흘러가야 할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다시 살아나는 화초를 볼 때 오던 안도와 고마움과 기쁨 같은 것은 꼭 다시 살아나리라는 믿음을 깔고 오는 것이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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