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분간의 탄핵 심판 선고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슴 졸였다. 세월호 가족들을 생각하면 아쉬움도 매우 크지만 일단 헌법재판소가 우리 헌법 수호의 마지막 보루임을 확인할 수 있게 된 점에 깊이 감사한다. 그런데 평생을 공주처럼 살아온 박근혜 전 대통령은 도대체 무엇을 갖지 못하였기에, 무엇을 더 갖고 싶어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가 여태 가지지 못한 ‘사물들’이 있었을까?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가 바란 것은 ‘사물들’이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바란 것과 같은 ‘영속적 권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GreatPark1819(‘18대에 이어 19대 대통령까지’라는 의미로 해석됨)”라는 아이디를 공유하였다는 그들 무리에게 ‘영속적 권력’은 페렉의 ‘사물들’보다 몇 차원 높은 가치였겠지만, 그들이 이를 통하여 계속 집권하게 되었다고 하더라고 그들이 계속 “권력의 결핍”을 느끼고 어떤 불법을 통해서라도 그 결핍을 다시 충족하려고 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하면 끔찍하다. 그러나 이제 CNN의 탄핵 선고 당일 기사 제목 “Park Out(박근혜 파면)”처럼 박근혜의 권력 공원(Park)은 이미 철거(Out)되었다. 지나 보니, 이만 하기 참 다행이다 싶다. 한숨이 나온다.
‘이게 나라냐’는 탄식이 ‘이게 나라다’라는 환희로 바뀌었지만, 탄핵 선고 약 56시간 만에야 청와대를 떠나 일부 지지 세력의 환호 속에 웃으면서 옛집으로 들어가는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국민의 억장은 무너진다. 민간인 신분인 그에 대한 검찰의 신속한 강제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이제 나라다”라고 선언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그래야 부역자 처벌 등 진정한 적폐 청산이 드디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