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 작품.
2014년부터 한국의 단색화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주목받아 날로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포항 ‘미르갤러리’는 포스트 단색화 또는 단색화의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재불 작가 이배(Lee Bae)의 대표작 아크릴 미디엄 14점을 16일부터 5월 20일까지 전시한다.

작가 이 배는 고향 청도를 떠나 대구에서 유학하며 15살에 그림을 시작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에서 학. 석사 학위를 마친 후 잠시 교사로 재직하다 작가의 길을 선택해 예술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터를 잡았다. 그 후 이 배는 20년 넘게 한국과 파리를 오가며 활발히 작품 활동 중이다.

이 배라면 숯을 떠올리게 되는데, 한국인에게 숯은 친숙한 것이다. 실생활에서는 아기가 태어났을 때나 장을 새로 담을 때, 집을 지을 때 주로 잡기와 해충을 쫓는 정화의 기능으로 사용했다. 서화(書畵)에서도 흰 화선지에 사용된 검은 먹은 우리 정서를 표현하는 중요한 재료였다. 타국에서 활동하는 가난한 작가에게 숯은 작가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에 더 없이 훌륭한 재료인 것이다.

Untitled, 2016, acrylic medium with charcoal on canvas, 162x130cm(100F)
이배의 작품은 캔버스 위에 붓으로 쓰고 왁스로 올려 굳힌 다음 다시 그 위에 그렸다.

화선지 위에 그림을 그리면 먹이 종이에 스며드는 동양화와 유화로 캔버스 위에 한 겹씩 쌓는 서양화의 특징이 결합돼 동서양의 만남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평면이지만 입체 같은 작품은 여백의 미를 더욱 깊이감 있게 느껴지게 한다.

미색의 바탕 입체면 속에 먹 선으로 그어진 작품은 실험실과 같이 결백한 하얀 입방체 갤러리 안에서 흑백의 강렬한 대비로 관람객의 발걸음을 잡고 말을 건넨다.

모호한 기호들은 관람객 각자의 생각들을 표현하게 한다.

굵은 선은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묵직한 힘을 드러내기도 하고, 다양한 획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불교의 선화(禪畵)를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작가의 기억이나 마음의 감정을 붓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형태를 세밀하게 묘사(形似)하기보다 정신을 그리고(神似),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중시하는 동양회화의 이상과도 닿아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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