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 때 슬그머니 탈출하려고 낙하산을 만들었으나
더 이상 낙하할 곳이 없는 바람에 우산이 되고 말았다지

비 오나 눈 오나 햇살 퍼붓는 날에도 그걸 접지 못하는 건
그래도 언젠간 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지
언젠간 다시 떠오를 희망 때문이라지

활짝 펼친 저 행렬을 봐라
비 오나 바람 부나 햇살 따가우나 저리 당당한 건
간혹 그게 남사스러울 때 얼굴 숨기기 좋아서라지

그걸 받치고 있으면 얼굴 환해져
금방 낙하산 타고 내려온 천상 손님으로 보여서라지

해 쨍쨍한 날에도 그걸 접지 못하는 건
밤새도록 다짐한 굳센 언약 보일까 걱정 되어서라지
낙하산 태워 보낸 그 사람 볼 낯이 없어서라지

바람 심한 날 그래도 간혹 그 사람 그걸 까뒤집고
알밤을 먹이고 도망가기도 한다고 했지

그래도 그걸 접지 못하는 건 언젠간 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이라지 그 많던 희망 다 들통 나고
이제 딱 하나 남은 그 희망 때문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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