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구도심, 다채로운 문화사업·공간조성으로 ‘생기’

▲ 스틸아트 공방
인간의 역사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동하면서 도시를 형성했다. 자연과 더불어 생활한 농경사회와는 달리 산업사회는 대량생산으로 인한 노동집약적 사회이기 때문에 인간의 공동체적 삶이 불가피했다. 그래서 산업사회는 도시를 낳고 그 도시는 또 다른 도시를 거느리는 사회가 됐다.

도시의 역사가 지속 되면서 구 도심은 필연적으로 낙후되고 급기야 인간들에게 외면받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도시 등 편리함을 쫓던 자본의 역사도 경기침체와 함께 한계에 다다랐다.

그 해결책을 낙후된 구 도심 재생에서 찾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조그마한 어촌에서 포스코 건설로 거대한 철강 도시로 발전한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근대화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철강경기의 장기적 침체로 포항은 철강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절실한 시기를 맞고 있다.

다행히 포항시가 그 해결책을 문화에서 찾으려는 노력에 앞장서고 있어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 원도심 창작지구 탐방

포항시는 급속한 도시확장으로 인한 도심 공동화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자체마다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한 다양한 자구책을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육거리를 중심으로 문화적 해법을 통한 도심재생 사업이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그 중 지난해부터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목적으로 추진 중인 원도심 문화예술 창작지구 조성사업 등 이 일대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이 속속 둥지를 틀면서 서울 ‘문래동’, 부산 ‘또따또가’, 마산 ‘창동 예술촌’ 등과 같은 문화 예술촌이 형성되고 있어 원도심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주고 있다.

육거리 원도심을 중심으로 이미 조성됐거나 현재 조성 중인 문화공간으로는 지난해 말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공간 지원사업을 통해 21명(팀)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중앙파출소와 구 아카데미 극장 주변 골목에 입주했으며, 지난해 말 문을 연 ‘스틸 공방’은 스틸 아트 시민공방 프로그램을 개설·운영 중이다.
100씨어터 개관식

또 지난달 25일에는 원도심 창작지구 내 ‘100 씨어터”’ 소극장이 개관했으며, 포항 중앙아트홀 내에 독립영화 전용관인 ‘인디플러스 포항’이 시범운영에 들어가면서 육거리 원도심 일대가 미술, 공예, 연극, 영상, 음악, 스틸 아트 등 다양한 예술활동의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향후 포항시가 중앙초등학교 부지에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목적으로 추진 중인 ‘문화플랫폼’이 들어서면 이들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큰 틀의 도심 문화 허브가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이들 창작공간과 예술가, 시민을 연결하는 문화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면서 시민중심의 다양한 문화자치 활동이 이루어지는 문화생태 활성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독립영화전용관_인디플러스

실제로 포항시는 ‘문화도시 조성 중·장기 계획’을 통해 지역의 특화자원인 ‘스틸 공방’과의 연계를 통한 원도심 문화특화지구의 조성과 원도심을 끼고 있는 주변 동빈내항과 불종거리, 실개천거리, 죽도시장을 연결하는 도심 문화 허브 구축을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원도심 문화예술창작지구 ‘꿈틀로’ 조성사업은 향후 2020년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창작공간을 확대해 나가고 빈집 선로 및 폐간판 정비, 낙후된 골목과 바닥을 다양한 예술적 기법의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해 낙후된 원도심을 예술의 거리로 바꾸어 나갈 예정이다.

또 원도심 창작지구를 중심으로 ‘스틸 공방’, ‘인디플러스 포항’ 등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들이 상호연계가 돼 사업의 시너지를 키우고 성과를 극대화 해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 특화지구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문화예술 창작지구 ‘꿈틀로’와 스틸 공방 간 다양한 사업 연계를 통해 지역 대표 문화산업을 개발하고 육성함으로써 ‘문화산업형 문화도시’로의 독자적인 색깔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스틸아트공방_수강모습

현재 스틸 아카데미 강좌를 운영 중인 ‘스틸 공방’에서 금속공예, 철 등을 소재로 하는 스틸 아트 작가를 육성하고 포항시 브랜드 작품 제작 등 문화상품의 생산을 담당하고 그 결과물을 ‘꿈틀로’ 창작지구와 연결해 청년창업 육성을 통한 유통·판매 시스템을 구축해 스틸 마켓, 스틸 간판 거리 조성 등 포항의 문화적 독자성을 생산해 내는 창작의 산실로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단순히 낙후지역에 벽화를 그리고 볼거리를 제공하는 환경개선작업에 머물다가 회의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사례와는 달리, 출발점부터 지역적 정체성에 기반을 둔 다양한 소프트웨어 사업과 콘텐츠를 중심으로 문화산업 육성의 기반을 다져 나간다는 것이다.

문화 다양성이 존중되고 지역 고유의 문화적 가치가 새롭게 조망되면서 그 지역의 역사, 지리, 환경, 생태 등의 독특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지역 문화는 이제 브랜드가 되고 도시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일본 가나자와 시가 세계적인 창조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전통문화의 명맥을 살린 금박공예를 전국 98%의 생산을 담당할 만큼 공예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등 가나자와시만의 독특한 문화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시민중심의 문화정책을 펼쳤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원도심 문화예술지구가 인문적·역사적·문화적 가치를 고려한 도시개발이라는 의미에 더하여 도시의 창조적인 가치를 구현한다는 측면에서 도시재생이라는 궁극적인 성과를 더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창작지구의 비전 제시와 정책목표를 공유하는 등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또한 단위 사업별 상호연계가 이뤄짐으로써 공간과 사람, 예술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이루는 정책추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이 지속성장 가능한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항시는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자원이 많은 만큼 지속적인 문화 인프라 확충과 문화예술인 지원을 통해 가치 있는 문화적 브랜드를 만들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일관되게 문화정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 원도심문화허브지도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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