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몰매로 억울한 일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사회"

문명고 김태동 교장이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심경의 글을 학교홈페이지에 올렸다. 문명고 홈페이지 캡쳐.
국정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 경산 문명고 김태동 교장이 최근 국정 역사 교과서 논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김 교장은 지난 17일 학교 홈페이지에 문명 마당에 ‘민주주의의 실종’이란 제목의 글을 올려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한민국은 지금 2500년 전 아테네시대로 돌아간 듯하다. 농업과 상업을 주로 하며 광장에 모여서 시민 전체가 모여서 직접정치를 하던 그 시대로 말입니다. 광장에서 입법과 사법기능이 작동하던 2500년 전으로 말입니다”라며 서두를 시작했다.

또 “촛불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국회 위에서 법을 만들거나 판결까지 하려는 것은 아닌지, 정말 그렇지는 않겠지만, 판사의 판결마저 그들의 영향에 휘둘리지는 않겠지요”라고 반문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학부모와 재야단체가, 촛불과 태극기에서 배운 대로 시위를 하면 법에 따라서 교장이 이미 결정한 정책도 폐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에 근거하는지 의문입니다. 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와 있는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는지”라며 “여론은 국회가 입법활동에 참고하는 역할은 하지만 여론이 곧 법인 것은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또 “학부모, 학생, 재야단체의 주장을 국회가 반영해 법을 만들거나 행정소송을 해 판결에 따르는 것이 법치 사회입니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어 “기분 나쁜 사람이라고 여러 사람이 몰려와 손가락질하면 감옥으로 보내버리고, 불쌍하다고 여러 사람이 몰려와 항의하면 출옥한다면 이런 것을 무법천지라고 합니다. 불안합니다. 우리 중에 누가 군중의 몰매를 맞아 억울한 일을 당할지도 모르는 사회 말입니다”고 한탄했다.

김 교장은 이번 사태를 두고 “시위하시는 학부모와 재야단체의 수고로움도 걱정이지만 언론의 관심거리가 되어 학생들이 즐겁지 않을까 봐 가슴 아픕니다. 학생과 교직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하겠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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