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 기자회견이 2일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열렸다. 경북일보 자료사진.
20일부터 시작할 예정이던 전국 유일의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경산 문명고의 올해 첫 국정교과서 주교재 수업이 불발됐다.

지난 2일 문명고 학부모 5명이 경북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연구학교 지정처분의 효력정지(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본안사건인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소송 판결 확정일까지 그 효력과 후속 절차의 집행을 정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국정교과서는 위헌·위법 여부가 헌법소원 및 행정소송 등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명고 학생들이 국정교과서로 수업을 받는 것은 최종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경험으로서 결코 회복할 수 있는 손해가 아니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받게 될 불이익은 금전보상이 불가능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효력정지 결정 이유를 밝혔다. 국회에서 폐기 여부가 논의되는 등 앞으로 적용 여부가 불확실한 국정교과서로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보탰다.

또 “학교운영위원회 의결, 교원동의율, 학교장의 직인 등과 관련된 위법이 있다는 학부모들은 연구학교 지정의 절차적 하자를 다투고 있다”면서 “이는 또 본안소송에서 다투어질 여지가 있고 현재 헌법소원 및 행정재판이 계류 중에 있어 위 소송에서 위헌·위법으로 판단돼질 경우 그 후속조치인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있어서 본안사건의 승소 가능성이 없음이 명백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문명고는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게 됐다.

효력정지 신청과 함께 제기된 본안 소송은 기일을 지정해 별도로 진행한다.

문명고는 지난달 17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으며, 학생 5명이 자퇴나 전학 등의 방법으로 학교를 떠나는 등 반발을 했다.

그런데도 문명고는 지난 13일 역사과목 기간제 교사 1명을 채용해 20일부터 1학년을 대상으로 국정교과서 수업을 강행하기로 계획했었다.

문명고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위한 대책위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받는 전국 유일의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막기 위한 학생·교사·학부모들의 하나 된 마음이 반영된 당연한 결과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면서 “법원의 판단은 학교 구성원들의 의사에 반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사장과 교장의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대한 경고이며, 재단과 학교는 법원판결을 존중해 연구학교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북교육청은 즉각 항고 방침을 밝혔다.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 의견을 모아 즉시 항고하기로 했다”면서 “본안소송에서도 국정교과서 활용 취지와 목적을 충분히 설명해 문명고가 연구학교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교육부도 “사법부 판단과 경북교육청 항고 결정을 모두 존중하지만, 국·검정 혼용으로 교재 선택 다양성이 보장돼 있고 학교가 스스로 선택한 연구학교 효력이 정지된 것은 유감스럽다”며 “국정교과서 활용을 희망하는 학교에서 학생이나 학부모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