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손가락에서 빼어 낸 은 골무의 온기
바늘꽂이에 꽂혀있는 이부자리 꿰매는 9호 바늘
실이 꿰어진 채 꽂힌 옷 꿰매는 5호 바늘
실패를 실패로 여기지 않는 실패와
쪽가위 연필 줄자 반짇고리 속에 넘쳐나
그저 아무렇게나 퍼질러 앉아있는 자세로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저렇게 농담처럼 편안함이 자아올린 실은 지금 막 피어나 목덜미가 뽀오얀 배추꽃과 나, 탱자나무 울타리를 피해 돌담을 가로질러 넘어온 호랑나비 돌담 옆 뙈기밭에 핀 감자꽃의 교감 신경을 잇는다

(하략)




감상) 마음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을 손으로도 그릴 수 있다면, 눈으로 그릴 수 있는 것을 손으로도 그릴 수 있다면, 귀로 그릴 수 있는 것을 손으로도 그릴 수 있다면…….그런 분이 있다고 하네요. 참 특별한 손을 가진 분이라는데요 마음도 눈도 귀도 그 전부터 특별하셨다 하네요. 골무를 낀 단아한 그 분은 할아버지라는데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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