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그 사람을 기다렸어야 했네
노루가 고개를 넘어갈 때 잠시 돌아보듯
꼭 그만큼이라도 거기 서서 기다렸어야 했네
그 때가 밤이었다면 새벽을 기다렸어야 했네
그 시절이 겨울이었다면 봄을 기다렸어야 했네
연어를 기다리는 곰처럼
낙엽이 다 지길 기다려 둥지를 트는 까치처럼
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어야 했네

(하략)


<감상> 그날 나는 십 분이 지나자마자 그 자리를 떠났고 그는 십 분이 지났을 무렵 도착했다 했다. 전화가 없던 시절, 시간이 어긋나면 돌이킬 수 없는 만남이 대부분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도 그 자리를 지날 때마다 생각하곤 한다. 내가 그 날 십분만 더 기다렸다면 지금의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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