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노랗게 회오리치는 밤이다
귀가 잘려 나간 자리에
빙빙, 밤별들이 맴을 돈다
빙빙, 세상은 어지럽고
왼쪽은 한 없이 쓸쓸하다
버려진다는 건 슬픈 게 아니라 아픈 것임을
내 귀는 증명한다
친애하는 그대여
나를 버림한 그대여
늘 나의 왼쪽이었던 그대를 위해
왼쪽의 귓바퀴를 우주로 날려 보낸다
(후략)
감상) 개미가 많은 집에 살았다. 막아도막아도 개미는 어디든 뚫고 들어가 제 집인 양 휘젓고 다녔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혹시라도 개미가 같이 이사 올까봐 조마조마 했다.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무엇이든 꼭 잠그고 막으면서 지냈다. 그런데 개미들이 같이 이사 오지 않았다는 걸 며칠 지나고서야 알았다. 신기하다 책 속에 있던, 옷 사이에 있던 개미들이 어떻게 탈출 했을까. 그런데 내가 버린 건가 그들이 나를 버린 건가.(시인 최라라)
- 기자명 김인육
- 승인 2017.03.22 20:08
- 지면게재일 2017년 03월 23일 목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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