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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자유당 정권이 4·19혁명을 촉발한 원인 중의 하나가 1960년 3·15 부정선거 당시 이승만 정권의 열성 추종자들이 ‘완장’을 차고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유권자들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며 안하무인격으로 부정투표를 자행한 행위였다.

우리나라에서의 완장의 역사는 일제 강압기 시대로 올라간다. 당시 고물상을 위장해 가정집에 들어가 주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값진 물건을 훔치는 사례가 많아지자 일본 순사(경찰)들이 폐품 수집상들과 넝마주이들의 팔뚝에 완장을 차게 해 주민들에게 경계심을 갖도록 했다.

이밖에 한국전쟁 때는 인민군 점령지마다 인민군들이 하층민인 마을의 머슴이나 소작인들에게 계급장처럼 붉은 완장을 팔뚝에 차게 해 무소불위의 횡포를 부리게 했으며 5·16 군사 쿠데타 때도 서울 도심에 진주한 군인들이 ‘혁명군’이라는 완장을 찼다. 그러나 무엇보다 세계적으로 대표적 완장은 1966년 8월 중국의 문화혁명 때 수년간 광기의 시대를 이끈 홍위병이 찬 붉은 완장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 고비마다 나타난 이 완장은 힘 있다고 으스댄 자들의 권력 상징처럼 우리 국민의 뇌리에 부정적으로 각인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대권의 선두 주자인 민주당의 문재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일부 사람들을 지칭하여 ‘문의 완장 부대’라는 표현을 언론에서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집단으로 힘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인식되는 구시대적 ‘완장’이란 표현이 왜 요즘 정치권에서 이렇게 많이 회자되고 있을까?

문 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부터 촛불집회의 위력을 등에 업고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서 선두로 올라서자 ‘친노’와 ‘친문’ 세력들이 서로 ‘文을 위한 용비어천가’를 외쳐대며 문 대표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영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완장 부대들은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구시대의 적폐청산부터 먼저 하겠다“고 하자 너도나도 ”박근혜 탄핵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모든 정책의 탄핵을 의미한다“는 논리를 펴며 문 전 대표에게 화답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대표적 지지세력으로 알려진 한반도평화포럼(상임대표 정세현)은 최근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을 비롯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통일·외교·안보 관료들은 모든 행동을 즉시 중단하고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 포럼은 또 “각 부처의 공무원들도 더 이상 부역 행위를 저지르지 말기를 당부한다”고도 했다. 도대체 이들의 이런 오만한 엄포가 누굴 믿고 하는 횡포인지 중국 홍위병의 완장부대를 무색케 한다. 이 포럼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의 핵심 인사와 학자들인 임동원, 백낙청, 이종석, 문정인 등으로 구성돼 ‘햇볕정책’의 계승을 주장하는 단체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문 전 대표의 정책에 화답하면서 “집권하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즉시 재개하고 사드 철거와 한·일위안부 합의를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문 전 대표나 한반도평화 포럼이나 민주당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탓하기 전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햇볕정책의 ‘퍼주기’로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기는커녕 개발비용을 댔다는 논란에 대해 먼저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많은 이들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옹호하기보다는 민주당과 문재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북한 퍼주기식 햇볕정책’의 부활과 한미동맹의 악화를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시중에는 ‘文 포비아(phobia·두려움증)라는 말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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