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은 4학년 때부터는 특목고 준비학원에 다녀야 했다. 언제부터인가 학원에서 시험 보는 전날이면 배가 아프고 설사를 했다. 불안이 심해지면서 이제는 아예 학원에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아픈 증상이 심해졌다. 엄마가 보낸 영재교육학원에 다닌 지 6개월 만에 나타난 증상이었다.
초등학교 어린이가 아파트 배관에 목을 매 자살, 사교육에 대한 경종을 울린 적이 있다. 그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가난도, 질병도, 가정의 불화도, 친구들로부터의 왕따도 아니었다. 그 어린이는 “바다 속의 물고기처럼 자유로워지고 싶었다”는 간절한 소망의 글을 남겼다.
“일주일에 대여섯 번 정도 ‘혼밥(혼자 밥먹기)’을 먹어요. 엄마랑 같이 밥을 먹으면 공부하란 잔소리를 들어야 해서 차라리 혼자 먹는 게 편해요” 학원을 네 군데나 다닌다는 한 어린이의 하소연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혼밥 현상’이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다. 조기 사교육 열풍까지 몰고 와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이들의 심신을 망가뜨리고 있다.
최근 육아정책연구소가 내놓은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이대로 좋은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만 2세 아동 10명 중 4명,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5세 아동의 경우 하루 일과의 4분의 1을 영어학원 등 사교육에 쏟는 고달픈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교육이 사회 정서 발달을 방해하고 불안, 우울, 공격성 등을 야기한다” 전문가들의 경고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사교육 헬(지옥)’이 청소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 청소년 사망률이 가장 높고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인 것은 사교육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말해준다. 사교육비로 자녀 1인당 월평균 1천만 원 이상 쓰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사교육 헬’이 ‘헬 조선’의 발원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