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무로 벚꽃길. 경주시 제공
대릉원 돌담길 벚꽃. 경주시 제공
보문단지 벚꽃. 경주시 제공
보문단지 벚꽃. 경주시 제공
월성벚꽃숲. 경주시 제공
첨성로 벚꽃길. 경주시 제공
보문호수와 벚꽃. 경주시 제공
보문호의 봄. 경주시 제공
보문정의 봄. 경주시 제공
벚꽃 잎이 날린다. 하늘이 온통 연분홍색으로 뒤덮인다. 부드럽고 따뜻한 벚꽃잎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꿈길 위를 걷는 듯 환하게 들떠 있다.

초속 10㎝. 벚꽃 잎이 떨어지는 속도라고 했던가. 경주, 인생에서 절대 잊지 못할 벚꽃 여행을 만끽해보자.

봄 벚꽃은 흔하다. 해마다 봄이 되면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벚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역마다 각각의 개성을 가진 벚꽃들이 있지만, 그중 최고를 꼽으라 하면 당연히 경주 벚꽃이다.

경주 전역에 자리한 벚꽃 감상 포인트, 알면 알수록 즐거움은 커진다.

▲흥무로 벚꽃길

터미널을 나오면 눈앞에 벚나무 행렬이 지나간다. 정확히 시외버스터미널 앞 서천교를 건너 김유신장군묘가 있는 오른편으로 벚나무 가로수 길이 펼쳐진다. 길 양옆으로 벚나무가 길게 가지를 뻗어 하늘을 온통 연분홍빛으로 가득 채운다. 벚나무 터널이다. 특히 조명이 켜진 밤에는 더욱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봄밤에 취한다는 말이 이곳 흥무로 벚꽃 길에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대릉원 돌담길

봉황대 맞은편 대릉원 후문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고분 능선을 보며 운치 있는 대릉원 돌담길로 접어드는 순간 마음이 푸근해진다. 길에서 길로 접어들면서 다른 세계로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영화 ‘센과 치히로의 모험’에서처럼 이곳을 지나가면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 같다. 벚꽃이 질 무렵이면 돌담과 바닥에 깔린 꽃잎들로 더욱 분위기가 산다. 하얗게 내린 벚꽃 잎을 사뿐히 즈려밟고 있노라면, 발그레한 얼굴로 맞이하던 첫사랑의 떨림이 전해진다.

▲보문관광단지

경주 벚꽃 길 중 규모에서 단연 으뜸이다.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지만 그만큼 많은 차량이 몰린다. 이곳에서 차가 밀릴 때는 차창을 내려보자. 하늘에서 손에 잡힐듯한 벚꽃 잎이 떨어져 차 안으로 들어온다. 기어브레이크를 올리고 모든 창을 열자. 두 시간 걸리는 벚꽃 관람차에 탑승하라. 차에서 내려 보문호반길을 걸어보자. 호숫가를 따라 펼쳐진 벚꽃과 함께 걷다 보면 어느덧 10km. 봄나들이와 힐링의 최적 코스다.

▲월성 벚나무숲

첨성대에서 월성 쪽으로 돌아보면 오래된 벚나무 군락들이 보인다. 눈앞에 손가락으로 사각 프레임을 만들어 보면 벚나무 숲은 한 폭의 수채화다. 다른 곳이 길을 걸으며 벚꽃을 즐기는 것이라면 이곳은 가만히 서서 감상하기에 알맞다. 신라왕경이 있는 월성 벚나무 숲이야말로 신라 천년 경주의 봄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 밖에도 잘 다듬어진 균형미가 돋보이는 보문정과 보문단지에서 동대봉산 방향으로 가다 보면 보이는 암곡 벚꽃터널, 불국사 경내로 들어서기 전에 펼쳐지는 왕벚꽃 나무 군락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경주 벚꽃 포인트다.

2017년 봄, 벚꽃에 질리도록 취하고 싶다면 경주로 가자.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유적인 경주. 적어도 봄에는 눈길 닿은 곳마다 벚꽃 천지다.

황기환 기자
황기환 기자 hgeeh@kyongbuk.com

동남부권 본부장, 경주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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