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끌고 온 길이 이곳에서 끊어졌다

밑바닥이 닳아버린 신발 한 짝
가을 숲 속에 떨어져있다

오랜 시간 비척이던 발바닥의 기억이
뒤축에 남아있다

(중략)

거친 숨으로 지나던 매지바람이
낙엽을 그러모아 신발 속에 밀어 넣는다

움푹 파인 몸
걸음을 놓친 자리 고였던 침묵이 밀려나온다

흙먼지 쓴 신발 한 짝
기웃대던 벌레들이 제 집인 듯 찾아든다

기우뚱한 집 한 채
바람이 수평을 잡느라 들었다 놓는다




감상) 고속도로 갓길에서 한 짝만 남겨진 운동화를 만났을 때, 더욱이 끈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새 신발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신발의 주인을 찾느라 온 우주를 헤집곤 했다. 끝내 그 주인을 찾지 못하고 차에 올랐을 때 돌아오는 내 뒤통수에 그 신발이 꽂혀 따라오곤 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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