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이 상원의원 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숙적인 더글러스가 링컨에게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네거티브 맹공을 퍼부었다.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만일 제가 또 다른 얼굴이 있다면 하필 이 못생긴 얼굴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링컨의 유머스러운 응수에 청중들은 환호했다.

2008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민주당 오바마가 맞붙었다. 선거전이 과열, 미국에서 금기시 돼 있는 흑색선전이 난무했다. 선거전이 한창일 때 뉴욕에 있는 한 호텔의 자선 행사에 두 후보가 초청됐다.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치닫고 있어 두 후보의 연설 대결로 행사장 분위기는 초긴장 상태였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후보는 매케인이었다. 매케인은 전날의 토론에서 오바마를 ‘저 사람’이라고 지칭,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매케인은 그 일에 대해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바마도 나에게 조지 부시란 애칭을 붙여주었다”고 말해 좌중은 폭소가 터졌다. 오바마가 전날 매케인이 대통령이 되면 곧 ‘부시 3기’가 되는 것 이라고 말한 데 대한 재치있는 응수였던 것이다.

시종 유머와 농담을 던지던 매케인은 연설 말미에 오바마에 대한 덕담을 건넸다. “자신이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고 말해 온 오바마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뤄냈다”면서 “흑인을 백악관에 초대하는 것 만으로도 논란이 되던 아픈 과거가 있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도전하는 오바마는 놀라운 재주와 열정을 가지고 있다. 적수에게 행운을 빌어줄 수는 없지만 잘 되기를 바란다”며 덕담을 마무리했다.

대통령을 향한 대권 경쟁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는 매케인의 덕담은 우리 정치 풍토에선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먼 나라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안희정 후보가 같은 당 문재인 대선주자를 겨냥해 “질겁이 나고 정이 떨어진다”는 직격탄을 날려 더불어민주당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이 있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네거티브는 자제하자”는 문 후보의 대응이 먹혀들까. “두 사람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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