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국 영화 개봉 ‘0’…中, 베이징영화제서 상영 차단

중국 당국이 주한미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베이징(北京)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상영을 막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의 단체관광 금지조치와 한류 연예인 출연 및 한국 드라마의 방영 금지에 이어 이번에 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상영금지까지 한 걸 보면 중국 당국이 한중 민간교류를 사실상 중단시키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 16일부터 23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7회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일부 한국 영화가 초청을 받았으나 상영되지는 못할 전망이다.

영화제 관계자는 “베이징영화제 측은 한국 측을 초청했으나 당국의 지시로 중단됐다”면서 “따라서 이번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상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베이징영화제에 이민호, 김우빈 등 한류 스타들이 대거 참석해 한국이 영화제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것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베이징영화제에서는 몇 개의 한국 영화가 상영되고 심사 대상에도 올랐다”면서 “그러나 올해 영화제의 경우 최근 발표된 1차 상영 명단에 한국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 또는 제한령)은 영화 분야에서 거세다.

배우 하정우는 중국 영화 ‘가면’ 출연 제의를 받고 중국 여배우 장쯔이(章子怡)와 함께 찍을 예정이었으나 최근 무산됐다.

중국은 ‘부산행’ 등 한국 영화 여러 편의 판권을 사들였지만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는 한 편도 없어 해마다 3~4편이 중국에서 개봉되던 것과는 대조됐다. 일부 한·중 합작영화 계획도 무산됐다.

한 관계자는 “중국에 스크린 쿼터제가 있어 외국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부산행 등 일부 히트작이 수입됐음에도 개봉되지 않아 한한령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TV나 신문에서도 한국 연예인 관련 정보와 한국 영화 작품 소개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중국 상무부와 올해 초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진행하면서 산업계와 문화예술계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를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은 “사드 보복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차별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는 사드 문제로 강화된 중국의 한류 제재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중국피해신고센터 운영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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