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거든,
발코니를 연 채로 두어다오.

아이가 오렌지를 먹는다.
(내 발코니로 그 모습을 바라본다)

농부가 밀을 벤다.
(내 발코니에서 그것을 느낀다)

나 죽거든,
발코니는 연 채로 두어다오.




감상)며칠 전 어떤 학생이 연명치료 중단 동의서를 받는 장면을 봤다고 했다. 그 학생은 울먹였고, 나는 본 적도 없는 그 장면이 떠올라 같이 숙연해졌다. 그랬으면 좋겠다. 신분증처럼 내가 죽을 때, 아니면 죽고 난 다음에,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편지 같은 거 하나씩 미리 적어가지고 다녔으면 좋겠다. 누구도 그것만은 바꿀 수 없게 정해졌으면 좋겠다.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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