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리가 새겨야 할 교훈의 첫째는 역사의 중요성이다. 오늘날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와 평가는 결국 역사를 통해 검증되고 재평가된다. 둘째는 사관의 예리하고 엄격한 안목과 붓이다. 셋째는 조돈의 넓은 아량과 올바른 정신이다. 막중한 권세를 지녔지만, 그는 기록의 수정을 요구하지 않고 이후 매사에 더욱 자숙하며 공정하게 재상의 업무를 보았다. 공자(孔子)는 동호를 옛날의 훌륭한 사관(良史), 조돈을 훌륭한 신하(良大夫)였다고 평했다.
지난 27일 대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 전에 국회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청구했으며 헌재는 그를 파면했다. 작금 언론의 주류와 국민 여론은 이를 환영하는 기조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는 알 수 없다. 국회의 탄핵과 헌재의 판결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식자층도 많다. 본 사건은 이제 본격적인 심리 절차에 들어갔으며 사건의 전후 맥락을 가르는 전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발단이라 할 수 있는 고영태 일당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태블릿 PC의 진실보도와 관련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이 연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회의 모든 권력은 탄핵 결정을 칭찬하는 쪽으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볼 때, 법률의 잣대는 물론, 사회윤리와 관습, 민족의 문화전통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사건이 후세에 어떻게 기록되고 평가될지 알 수 없다. 역사적으로 모든 큰 사건은 당대에는 거의 옳았다. 그러나 후세에까지 옳기는 어렵다. 필자 자신이 과거, 시대에 꼭 필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으로 타의 충고를 뿌리치고 추진한 일을 10여 년이 지난 뒤 후회한 게, 한두 가지 아니다. 부디 오늘의 결정이 나중에 고통스러운 부담이 되지 않도록 진중 또 진중히 하기를 바라는 노파심을 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