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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최근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요즘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는다”고 꼬집었다. 검찰이 소신 없이 정치권의 눈치를 본다는 말이다.

오늘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의 발부 여부가 결정 난다. 검찰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같은 혐의로 이미 구속된 이들 공범자와의 형평성과 증거인멸의 우려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한다고 밝혔었다.

상당수 국민의 눈에는 박 전 대통령이 도주할 우려가 없는 사실상 가택에 연금된 상태와 같은 칩거 상태인 데다 증거를 없애려고 해도 청와대를 떠나 있는 데다 이미 다른 공범자들은 구속된 상태로 법원에서 몇 차례씩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에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굳이 형사소송법을 들추지 않아도 형사 재판은 그 나라의 법과 문화적 척도를 가늠하는 국격(國格)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적어도 국가 전복이나 내란의 죄를 짓지 않은 이상 국민이 손으로 직접 뽑은 전직 대통령에게는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구속은 수사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정의의 실현은 아니기 때문이다.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 수감 또는 석방되는 것이 정의의 실현인 것이다.

오늘 법원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검찰은 ‘만인은 평등하며 정의를 위해 검찰은 전직 대통령도 구속했다’는 대국민을 상대로 한 ‘불편부당한 검찰’의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수의(囚衣)를 입히고 포승줄로 묶고 손에 수갑을 채워 검찰과 구치소를 오가게 하는 모습도 방송을 통해 국민에게 생생히 보여 줄 것이다. 과연 이 모습을 보는 국민의 마음은 어떡할까?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해 9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전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검찰에 접수되자 이 사건을 일반 고소·고발 사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검 형사 8부에 배당을 했었다. 청와대와 관련된 사건인데도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당연히 특수부 등 특별수사전담부서에 사건을 배당해야 하는데도 일반 형사부에 맡겼었다. 이 때문에 언론으로부터 수사의 의지가 전혀 없는 사건 배당이었다는 비판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서 국정을 휘어잡고 있을 때였다. 그 후 언론에 의해 최순실의 국정 농단 사실이 조금씩 벗겨지자 그때서야 검찰은 최순실이 외국으로 나가고 없는 최 씨의 텅텅 빈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을 하는 등 갖은 요란을 떨었다.

그런 김 총장이 지난 20일 기자들로부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의 질문을 받고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한 후 이틀 만에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과연 김 총장이 법과 원칙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을 때와 없을 때 법의 잣대가 이렇게 고무줄과 같이 달라졌어야 어느 국민이 검찰의 ‘불편부당’을 믿겠는가.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 재임 시 수원지검장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또 대검찰청 차장을 거쳐 대검 총장으로 임명되는 연이은 승진의 영광을 누린 사람이다. 이제 김 총장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든 기각되든 검찰에서의 신병처리가 끝난 뒤에는 스스로 거취도 밝혀야 한다. 자신에게 임명장을 준 대통령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당사자로서 또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검찰의 수장으로서 미리 방지하지 못한 도의적 책임도 면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풀은 바람이 불면 눕지만 요즘 검찰은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는다“는 홍준표 대선 후보자의 핵심을 찌르는 이 말에 고개가 끄떡여지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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