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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호순의 정신건강클리닉] 제비꽃을 오랑캐꽃이라 부르지 말기를

곽호순병원 원장 meeyane@kyongbuk.com 등록일 2017년03월30일 16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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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나는 오랑캐꽃을 싫어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오랑캐꽃이 어떤 꽃인지도 모르고 ‘오랑캐’라는 말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그 꽃을 싫어했다. ‘오랑캐’라면 먼 북쪽에서 쳐들어오는 머리 뿔나고 손에 몽둥이 든 시커먼 그림자 같은 무서운 존재가 분명 할 것이므로, 그래서 그 말이 너무 무서웠었으니까. 근데, 너무 놀랐다, 오랑캐꽃이 바로 제비꽃이란 사실을 알고는.

이럴 수가, 오랑캐꽃이 바로 제비꽃이라니! 언 땅이 풀리는 따뜻한 4월에 우리 들녘 지천에서 피는, 옆으로 비스듬히 핀 잎 속에 붉은 보랏빛으로 고운 꽃잎을 피우고 작고 낮게 환하게 피어 있는 그 제비꽃이 오랑캐꽃이었다니. 난, 너무 미안했다, 제비꽃에게, 잘못 알고 있었던 그 오랑캐꽃에게.

제비꽃이 오랑캐꽃이라 불리어진 사연을 한 옛 시인의 해설을 인용하면서 그동안의 내 오해가 죄 닦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움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채를 드리운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있다. 정신이 갈기갈기 찢어져 분열되고 해괴망측한 행동과 이상한 말을 하며, 기이하고 괴상한 외모에, 매우 엉뚱한 감정을 나타내며, 때로는 무서운 공격을 할 것 같은 그런 병에 어울릴 듯한 이름이 바로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무서운 오해다. 정신분열증은 그런 병이 아니다. 그것이 제비꽃이었다는 사실도 모르고 오랑캐꽃을 싫어했듯이, 정신분열증은 그런 병이 아님에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여기고 쉬쉬하며 불러 왔었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그들에게 미안하다.

사람의 마음을 크게 ‘사고(생각), 감정, 인지’ 이렇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본다면 그 중 사고의 기능에 어떤 문제가 나타나는 병을 쉽게 정신분열증이라 불러 왔었다.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망상, 남과 다른 느낌을 가지는 환각, 혼란스러운 사고, 혹은 눈에 띄지 않는 음성 증상까지 정신분열증은 매우 다양한 증상을 가진 병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다 가진 정신분열증 환자는 드물다. 우리는 그동안 ‘정신분열증’이라고 부르면서, 이 모든 증상을 다 가진 것뿐만 아니라 없는 증상까지 덧붙여진 그런 병을 제멋대로 상상하고 그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해야 한다.

가야금이든 거문고든,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해야 할 현악기의 줄이 조율이 덜 된 상태로 느슨하게 돼 있다면, 적절한 소리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지 못할 것이다. 이 악기가 아름답고 정확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조율을 해야 한다. 이런 조율이 필요한 상태를 조현(調絃)이라 부른다. 사람의 마음을 악기로 비유한다면 이렇게 조율이 필요한 현악기처럼, 마음 중 생각하는 부분에 병이 나서 조율이 필요한 병이라는 의미로 정신분열증을 ‘조현병(調絃病)’이라 바꾸어 부르기로 했다.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은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이제 정신분열증이라는 말은 없다. 대신 조현병이란 말로 바꾸어 불리기를 원한다. 그동안 오랑캐꽃이라 불렸던 제비꽃처럼, 사고의 일부 장애가 있는 병인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이라 부르며, 그동안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렀던 그 병에 대한 나쁜 오해들과 잘못 알고 있었던 편견들이 바로 잡히기를 기대해 본다. 조현병은 정신이 갈기갈기 찢어지거나 기이하고 해괴망측한 생각을 하는 병이라고 이제는 더 잘못 알고 있지 않기를 바라며, 조현병! 이제는 치료되는 병이라는 생각들이 어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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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선미 인터넷기자

    • 서선미 인터넷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