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일상의 노출, 그 과감한 도전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록일 2017년03월31일 17시38분  
배경도과장.jpg
▲ 배경도 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로버트 켈리 교수가 떴다. 그가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라는 사실을 아는 일반인은 별로 없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세계적으로 유명인사가 된 것은 그 가족의 우연한 실수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 BBC와의 생방송 인터뷰 도중에 갑자기 그와 그의 어린 두 자녀, 그리고 부인 이렇게 네 사람이 만들어낸 엄청난 방송 사고가 그 가족 모두를 유명인으로 만든 것이다. (그 장면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패러디 봇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아직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확인해 보시라)

켈리 교수는 더 이상 방송을 못 하게 될 거라는 애초의 걱정과는 정반대로 여러 방송사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그가 몸담고 있는 대학마저도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한다. 보모라는 오해를 받았던 김정아 씨도 당당히 부인으로서 방송에 출연해 인터넷상에서 논란이 됐던 인종이나 여성에 대한 편견을 잠재우면서 다문화 가정에 관한 관심을 고취시키고 있으며, 그의 4세 딸 매리언(한국명 예나)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40여 초밖에 안 되는 이 영상은 사실 우리 삶에서 벌어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적인 사건이다. 단지 방송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면서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우연한 실수로 개인의 일상이 노출되는 사건들은 종종 있었다. 그런 노출 때문에 켈리 교수처럼 더 사랑을 받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유사한 사생활의 노출 뒤에 오히려 비난과 놀림을 받는 사람도 있다. 같은 문제이면서도 다른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답은 바로 문제 해결 과정에서 드러난 자기 개방성에서 찾을 수 있다. 자기 개방성이란 정신 건강의 한 지표로 볼 수 있다. 즉 내면의 약점이나 치부를 열어서 남들에게 보여 줄 용의가 있느냐가 정신 건강을 가늠할 수 있는 한 기준이 된다는 말이다. 자신의 허물이나 콤플렉스를 꼭꼭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그것을 극복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으로 인해 지속해서 고통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흉이 될 만한 개인의 결함이라도 그걸 기꺼이 공개하는 사람은 배척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왜 그럴까? 우리는 인간인 이상 자신만의 흠이나 단점은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고 남들에게는 항상 나의 최선을 보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산다. 그런 욕구는 남들 앞에서 심리적으로 무장을 시키고 지켜나가기 위한 내면의 긴장감을 조성하는데, 그것이 사실은 엄청난 피로를 유발한다. 그러다 누군가 실수를 저지르고 그걸 인정하게 되면, 같은 문제로 경직돼 있던 사람들은 동시에 긴장이 해소되면서 서로가 공감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동일한 실수에 대해 당사자가 인정 대신 은폐를 시도하려고 한다면, 타인의 공감과 용납이라는 긍정적 연결 고리는 차단되고, 대신 서로의 경계심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면서 배척과 조롱의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일상의 노출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헌재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 사건이다. 탄핵 선고에 대한 심적 부담이든 마지막 순간까지도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 등으로 해석되기도 하는 이 사건은 일하는 여성의 일상이자 너무나 인간미 넘치는 실수로 공감을 사면서 인터넷에서는 또다시 패러디 제작과 패션의 유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다.

우리의 일상, 다는 아니어도 좋으니 일부러라도 조금씩 보이는 시도는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스타가 되거나, 아니면 친구를 더 얻거나,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질 것이다.

<ⓒ 경북일보 & kyongbuk.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