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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태 전 검찰총장


天翁尙未貰漁翁 (천옹상미세어옹·하늘은 아직도 어부에게 너그럽지 아니하여)

故遣江湖少順風 (고견강호소순풍·일부러 강호에 순풍을 적게 하네)

人世??君莫笑 (인세험희군막소·그대여 비웃지 마소, 인간 세상 험하다고)

自家還在急流中 (자가환재급류중·자기가 도리어 급류 속에 있는 것을)



노봉(老峰)김극기는 일찍이 과거에 급제하였으나 벼슬하지 못하고 있다가 무신들이 정권 다툼을 벌이던 고려 명종 때에 용만(지금의 평안북도 의주)의 좌장을 거쳐 한림이 되었다. 이후 금나라에 사신으로 다녀왔다.

그는 벼슬에 연연하기보다는 산림에 은거하며 많은 문집을 남겼다. 특히 무신난 이후 농민 반란이 끊임없이 일어나던 시기에 핍박받는 농민들의 모습을 시로 표현하여 농민시의 개척자로 불렸다. 여느 시인들처럼 관념이나 경치를 노래하기보다는 농민 생활의 어려움을 시로 생생하게 표현해 낸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벼슬길에 올라 큰 뜻을 펴고 싶은 심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다음은 그가 지은 ‘취시가(醉時歌)’의 일부분인데 그의 솔직한 심정이 드러난 것으로 이백의 시 ‘행로난’을 떠오르게 한다. 何時乘風破巨浪 (하시승풍파거랑·어느 때 바람 타고 큰 물결 부수고) 坐令四海如唐虞 (좌령사해여당우·앉아서 천하를 태평성대로 만들 수 있을까) 君不見 (군불견·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凌煙閣上圖形容 (능연각상도형용·능연각에 그려진 사람들은) 半是書生半武夫 (반시서생반무부·반은 서생이고 반은 무부인 것을)

‘어옹’은 고기 잡는 어부를 등장시켜, 그의 삶을 통해 인간 세상의 풍파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고고한 체 인간 세상 풍파가 어쩌니 말하지마소, 말하는 그대가 이미 급류에 휘말려 가고 있는 것도 모르면서.

조선조 대학자 김종직은 이 시를 중국 송나라 범중엄의 ‘증조자(贈釣者)’라는 아래의 시를 번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 여러분이 보기에는 어떠한지 .江上往來人 (강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盡愛?魚美 (모두가 농어회가 맛있다고 하네) 君看一葉舟 (그대는 보았는가, 일엽편주가) 出沒風濤裏 (거친 물결 속에서 가물거리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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