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몽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바라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하략)



<감상> 곧 민들레의 계절이 올 것이다 보도블록 사이나 갈라진 아스팔트 틈. 어디든 고개 안 내미는 곳이 없는 꽃. 때로 밟히고 짓이겨져도 또다시 그 자리에서 고개를 내미는 꽃. 저게 도대체 왜 저러나, 왜 저런 곳에 피어서 함부로 밟히고 꺾이나 싶지만, 그게 또한 민들레의 한 살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당신과 나의 삶이라고 뭐 다를 게 있을까.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