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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오는 11일 열리는 제13기 제5차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어떠한 내용이 다루어질까? 2016년 6월에 열린 제4차 회의에서는 헌법 개정, 신설된 국무위원회 위원장에 김정은 추대, 국무위원회 구성,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이행,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설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결정사항이 이루어졌다. 최고인민회의는 그동안 큰 틀의 국가 정책의 방향이나 정부조직 등에 관한 내용을 발표했다.

최고인민회의에서 나오는 사안들은 북한 입장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우리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는 북한의 최고 주권기관이다. 물론 노동당의 의사를 추인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형식적인 최고의사결정기구로 볼 수 있다. 그래도 최고인민회의 후 발표하는 사항은 북한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데 단서가 된다. 의사결정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북한체제에서 최고인민회의의 결정사항이 어느 정도도 공개되고 있어 북한체제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차 회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우리에게 주목을 끌고 있다. 약 10개월 만에 열리는 이번 회의는 남한의 정권교체 시기이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점차 가시화되는 시점이다. 또 미·중 정상회담과 맞물린 시점이다. 미·중 정상의 만남은 북한으로서는 예사롭지가 않다.

트럼프 정부 내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대북전략이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북한을 압박하면서 대화를 유도하고 한편에서는 극단적 선택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극단적 선택은 군사적 수단도 포함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 미·중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카드가 나오면 북한은 체제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최근 중국의 북한 경제압박도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시점이다.

이처럼 북한은 대외적 여건이 좋지 않음에도 핵실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핵실험을 통해 내부적으로 김일성 생일 등 국가적 기념일을 경축하면서 핵보유국의 위상을 과시해 주민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은 지금, 미국을 시험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핵실험으로 챙길 것은 챙긴 후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계산할지도 모른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6차 핵실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미 미국의 웹사이트 38노스와 CNN방송은 풍계리 핵실험장 북쪽 갱도에서 핵실험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 군 당국에서도 북한의 6차 핵실험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핵실험을 위한 준비가 마무리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은 예측 불가능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에 불분명한 입장을 이용해서 실험을 강행한다면, 오히려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기회를 줄 수 있다. 트럼프가 군사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명분을 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까? 한다면 미·중정상회담 이후가 가능성이 크다. 회담의 결과를 지켜본 후에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고인민회의의 발표를 통해 짐작해볼 수 있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강조하는 선에서 머물지 아니면 핵실험 가능성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내놓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어느 쪽을 택하든 북한으로서는 부담이다. 그렇다고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앞두고 있어 대형 이벤트도 없이 넘어갈 수 없다. 최고인민회의의 결정사항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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