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 감독, 변화의 중심…시즌 4경기만에 8골 '선두권'

최순호 감독
포항스틸러스가 2017 K리그 클래식 개막 4경기 만에 심상찮은 모습을 보이면서 명가재건의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지난 1983년 창단한 포항스틸러스는 34시즌 동안 리그 우승만 5번을 차지해 성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우승 경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K리그 통산 491승(3일 현재)으로 490승의 울산을 누르고 K리그 최다승은 물론 올시즌 팀 최초 500승 달성이 눈앞에 뒀다.

특히 포항은 지난 2009년 AFC챔피언이자 K리그팀 사상 최초로 FIFA클럽월드컵 3위에 올랐으며, 지난 2013년 K리그 클래식 사상 최초로 K리그 클래식과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더블 우승으로 한국 프로축구의 자존심이자 명가임을 확인시켰다.

그런 포항이 지난해 추락했다.

황선홍 감독이 떠난 뒤 최진철 감독을 영입했지만, ‘초보지도자’의 한계와 전반적인 전력 약화가 뒤섞여 추락하기 시작, 감독 중도사퇴사태를 빚는 등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강여부를 결정짓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에도 포항의 전력보강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았다.

지난 2014년 이명주를 시작으로 2010년대 포항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주력들이 대거 빠져나간 데다 지난 겨울에도 신광훈·신화용·문창진·김원일 등 공수의 핵심들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반면 보강된 선수는 스웨덴 출신 수비수 마쿠스와 인천에서 뛰던 측면수비수 권완규, 강원에서 뛰던 서보민 정도가 그나마 이름있는 선수였다.

포항은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교체도 생각했지만, 라자르 1명만 교체하는 데 그쳤다.

결국 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물론 포항 팬들까지도 올시즌 전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고, 자칫 2016년 데자뷰가 되지 않으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가운데 태국과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마친 포항은 지난 2월 24일 김병수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랜드와의 연습경기에서 올시즌 대역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날 출전한 포항선수들의 몸은 가벼웠고, 자신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며 무려 4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울산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비록 1-2로 패하기는 했지만 올시즌 우승후보군으로 꼽히는 막강전력의 울산에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첫 패를 당했던 포항은 이후 3경기서 2승 1무를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다.

포항은 순위도 올랐지만 시즌 4경기만에 무려 8골을 뽑아내는 막강화력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 관심이 모아진다.

비록 제주·전북·서울 등 선두권 팀과의 경기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8골이 모두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만들어 냈다는 점과 4골의 양동현을 비롯 5명의 선수가 득점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최순호 감독이 서 있다.

올시즌 포항 축구의 가장 큰 변화는 경기가 시작되면 공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과 부족한 자원을 포지션 변화로 채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볼을 잡은 선수가 드리블을 하든, 패스를 하든 볼을 정지시키지 않기 때문에 상대 수비진들로서는 한층 빨라진 느낌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전방에 나서는 원톱 양동현은 물론 심동운·이광혁·룰리냐·서보민·이상기의 끊임없는 포지션 변화와 손준호의 공격가담으로 상대 수비라인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포항 공격력의 방점은 강상우와 권완규 두 명의 좌우 측면 수비수들에게 있다.

특히 올해 영입한 권완규는 측면수비수임에도 90분 내내 상대 오른쪽 엔드라인까지 파고드는 과감한 돌파와 빠른 크로스로 위협한다.

권완규는 4경기만에 벌써 2개의 도움을 기록, 올시즌 포항 돌풍의 중심에 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문창진 대신 데려온 서보민도 최근 2경기서 좋은 플레이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신화용이 떠난 뒤 가장 큰 공백이 예상됐던 골키퍼 자리에는 신인 강현무가 떠올랐다.

당초 기존 김진영과 수원에서 임대한 노동건이 주전경쟁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의외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강현무는 그야말로 깜짝 스타가 됐다.

포항은 지난해 절대강자였던 전북과 7라운드, 우승팀 서울과는 10라운드, 올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인 제주와는 11라운드에 만나는 등 대진운도 따랐다.

포항이 5라운드 인천전과 6라운드 대구전에서 승점 6점을 보태며 기세를 올린다면 이들과의 경기도 해볼 만해 진다.

따라서 포항의 기세가 심상찮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정치, 경제, 스포츠 데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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